기세 꺾인 LCD ‘반짝특수’… 삼성-LG, 사업 철수 시기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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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올랐던 LCD 패널 가격
TV-모니터 수요 작년보다 줄면서 ‘하반기 정점 찍고 둔화’ 전망 쏟아져
철수 연기한 삼성-LG 계산 복잡… “QLED-OLED 전환 시점 고민”

1년 넘게 고공행진 중인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가격이 하반기(7∼12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CD 사업 철수를 연기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1일 디스플레이 업계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등에 따르면 최근 TV와 모니터를 중심으로 LCD 패널 수요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LCD 모니터 패널 출하량은 4월, TV 패널 출하량은 5월부터 지난해보다 줄었다. TV는 하반기에도 출하량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는 3분기(7∼9월) 회복되지만 그 폭이 예년보다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노트북, TV가 잘 팔리며 급증했던 LCD 수요가 점차 정체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수요 감소는 보합세에 접어든 패널 가격 추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55인치 LCD TV 패널은 지난해 7월 초 121달러, 올 3월 초 205달러, 6월 초 235달러 등 빠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55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237달러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이 같은 움직임은 32인치 TV 등 소형 LCD 패널과 노트북, 모니터 등의 제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7월에 LCD TV 패널 가격이 정점을 찍고 9월부터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수요를 주도했던 북미 시장의 수요 성장세가 기존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수요 감소의 배경으로 꼽는다. 또 LCD 패널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자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공급을 늘려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19발 LCD 수요 급증에 LCD 사업 철수를 연기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말 국내 생산라인을 철수하거나 LCD 생산을 전면 중단하려 했으나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계획을 철회했다. 양 사는 올해 말까지 LC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LCD 패널 생산이 길어질수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패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사업 구조 전환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LCD 가격 하락기에는 다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년 전부터 BOE, HKC,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원가 이하로 LCD 패널을 공급해 왔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은 대폭 악화됐고 기술력이 앞선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집중하기 위해 LCD 사업 축소,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 생산은 당장 수익엔 도움이 되지만 결국엔 중국 기업이 주도하는 판이기 때문에 기술력에서 앞선 OLED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등으로 전면 전환할 시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cd#삼성#lg#사업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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