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5% “최저임금 급격한 상승에 채용-임금인상 최소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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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합포럼, 15개 업종 168곳 조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들에 신규 고용을 주저하게 만들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모든 업종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최저임금 기준을 업종별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소속 기업 16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영향 경영애로 설문조사’ 결과를 20일 밝혔다. 포럼은 기계, 디스플레이,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등 15개 업종의 단체로 구성돼 있다.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3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지난해 8590원에 이어 올해 8720원으로 책정된 국내 최저임금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물었다.

응답한 기업 중 48.8%는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설문에 응한 기업 중 절반가량이 최저임금 수준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국내 최저임금은 ‘최저임금 1만 원’을 내건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발맞춰 2018년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4% 올랐다. 이듬해에도 8350원으로 10.9% 오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에 이르렀다. 기업 경영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로 경제 상황이 악화돼 지난해와 올해 상승률은 각각 2.9%, 1.5%였다. 그럼에도 2015∼2019년 상승률(60.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 리투아니아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영국(21.1%), 일본(14.4%), 독일(8.1%) 등보다 컸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답했다. 중복 응답으로 조사 대상 기업 33.3%(85개사)가 기존 직원 임금인상과 복리후생을 최소화했고 32.2%(82개사)는 고용 인력과 신규 채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사업을 철수하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옮긴 곳도 6.7%(17개사)로 나타났다.

경기 하남시에서 농산물유통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씨(33)는 “기존 직원들은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지만, 최저임금이 높아 사업 규모가 커져도 새 인력을 고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부족한 일손은 가족들이 메운다”고 말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줄이고 임금 격차를 줄이는 긍정적 영향이 없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300명 미만 기업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4856원으로 300명 이상 기업(3만4769원)의 42.7%로 한 해 전(41.8%)보다 격차가 좁혀졌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1만5472원으로 전년보다 6.8% 늘며 정규직 증가율(4.7%)을 앞질렀다.

기업들은 경영환경을 고려한 최저임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복 응답 기준으로 46.9%(99개사)가 지역별, 업종별 차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국은 모든 근로자에게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지만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2019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배에 가까운 미국은 연방정부 기준으로 2009년 7월 시행한 7.25달러(약 8200원)를 지금도 적용한다. 14달러인 캘리포니아주처럼 주정부가 결정한 최저임금이 높으면 이를 따른다. 일본도 도쿄는 1013엔(약 1만510원)이지만, 농어업 의존도가 높은 아오모리현은 793엔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면서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최저임금#채용-임금인상 최소화#산업연합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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