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식당 2.5단계 직격탄… “폐업하거나 집 팔아 버틸수밖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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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지난주 매출, 작년의 71%
스포츠레저-음식점은 반토막 수준
코로나 장기화되며 한계상황 호소
정부 전폭적 집중지원 주장 커져

트레드밀에 ‘근조’… 헬스장 관장들 삭발시위 16일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트레드밀에 ‘근조’… 헬스장 관장들 삭발시위 16일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클럽관장연합회 관계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매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16일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7∼13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지수는 0.71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00만 원을 벌었다면 올해 71만 원을 벌었다는 뜻으로, 지난달 일부 업종 영업 금지 및 제한 조치가 내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하루에만 100만 원을 벌었는데….”

서울 마포구에서 5년째 수제 맥줏집을 운영하는 이모 씨(34)는 지난달 24일 이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저녁 식사 후 2차로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새는 오후 9시부터 매장 영업을 못 한다. 최근 3주간 누적 매출은 100만 원을 겨우 넘겼다. 직원들에게 휴가를 주며 인건비를 줄였지만 임대료와 관리비 등 월 500만 원에 달하는 고정비를 내기에 한참 부족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숨이 턱밑까지 찬 것처럼 체력이 바닥났다”며 “내년 봄엔 장사를 접고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야 할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소상공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달 8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의 영업이 금지됐고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로 영업이 제한된 데에 따른 것이다. 이미 누적된 매출 피해로 버틸 체력이 소진된 소상공인들이 대거 폐업으로 내몰리지 않게 정부의 집중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16일 국내 66만 명의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를 보유한 ‘한국신용데이터’가 집계한 전국 소상공인 매출지수는 이달 둘째 주(7∼13일) 0.71로 올 들어 가장 낮다. 이는 올해 매출을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로 나눈 값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1%로 줄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올해 1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8, 9월 2차 대유행 때 매출지수는 0.75로 지금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 대유행 때마다 집합금지가 내려진 헬스장, 수영장 등 ‘스포츠·레저업’ 매출지수(0.53)가 9개 업종 중 가장 낮았다. 영업 제한으로 연말 모임 등 대목을 놓친 음식점(0.55)의 피해가 그 다음으로 컸다.

연초부터 매출 피해를 감내한 소상공인들은 ‘한계상황’에 처했다며 위기감을 호소했다. 서울 종로구와 경기 의정부시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경모 씨(55)는 지난달 의정부 가게를 정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마다 집합금지로 장사를 거의 못 해서 적자가 워낙 심했다. 집합금지가 풀려 가게 문을 열어도 학교 등교와 군부대 휴가가 제한되며 주 고객인 학생과 군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 두 가게의 적자를 메우느라 그간 모아둔 4000만 원은 다 써버렸다. 대출금 4000만 원 중 2000만 원도 이미 소진했다. 경 씨는 “남은 대출금으로도 2개월밖에 못 버틴다”며 “폐업하거나 집 팔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폐업을 해도 생계가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소비가 얼어붙으며 가게들이 기존 직원도 내보내다 보니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저녁 술자리가 줄며 대리운전 기사 자리도 없다고 할 정도다. 올해 7월 맥줏집을 폐업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 강모 씨(34)는 “카페 알바 1명을 뽑는 데 지원자만 100명 넘게 몰렸다”며 “소득 없이 얼마나 더 버텨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서둘러 격상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현 상태가 길어지는 것보다 고강도 조치를 취해서라도 단기간에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반면 미용실 등 3단계 때부터 영업 제한을 받는 업종은 3단계 격상에 부정적이다.

최근 당정이 추진하는 ‘임대료 멈춤법’에 대해 소상공인 내부에서는 미묘하게 입장이 갈렸다. 이 법을 발의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이날 “서둘러 통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법정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는 임대료 감면보다는 정부가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직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윤경 기자
#코로나19#소상공인 매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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