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전세난이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정부가 ‘면피용 대책’을 내놨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 지적의 핵심은 △빌라·오피스텔 중심의 공급이어서 아파트 중심의 전세난과 맞지 않고 △이미 시장에서 원하지 않아 수요자를 찾지 못했던 임대주택을 주로 공급하는 데다 △도시형생활주택, 장기전세임대주택(시프트) 등 과거에 효과를 보지 못했거나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임대차 2법, 매매시장 규제 등 근본 원인은 그대로 놔둔 채 변죽만 울리는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미 한 5년 전쯤에 인허가가 끝나야 하고, 건설 기간만 평균 30개월이 걸린다”며 아파트 중심의 전세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이날 정부는 전용 60∼85m² 중형 임대주택을 2025년까지 6만3000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지만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보려면 최소 2023년 이후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용 건물을 리모델링할 경우 주차장 증설 의무를 면제해주는 등의 방안은 2009년에도 시행됐다. 당시 정부는 전세난 해소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새 주택 유형을 도입해 주차장 면적 등 주택 건설 시 갖춰야 하는 각종 요건을 완화했다. 하지만 소규모 원룸형 주택이 난립하는 등 부작용이 컸고 전세난 해소에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기존에 월세 중심이었던 임대주택을 전세 중심으로 공급할 경우 재원을 어떤 식으로 마련할지도 명확하지 않다. 특히 보증금이 비싼 중형 임대주택을 전세로 대거 공급할 경우 보증금이 공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부채가 되는 데다가 기존에는 월세를 받아 해결했던 건물 관리비용 등은 별도로 충당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공급했던 시프트도 결국 SH공사의 재정 부담이 늘면서 일부를 매각하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한 바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 2인 가구도 이제는 아파트를 원하는데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엔 미흡하다”며 “무작정 전세 임대를 늘리면 이미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LH 부실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셋째 주(16일 조사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전세가격은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을 위주로 먼저 오르고 있다. 정부가 수요가 덜한 공공임대주택 위주로 전세난을 잡겠다는 대책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지난주 대비 0.15% 오르며 4주 연속 상승폭이 확대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송파(0.23%) 서초구(0.23%) 등 강남권 외에도 마포(0.21%) 동작구(0.2%) 등의 가격 오름폭이 컸다. 직장과의 거리가 가깝거나 교육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등 살기 좋은 곳의 가격이 더 먼저 크게 오르고, 이 가격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 주 1.65% 오르는 등 최근 3주간 4.64% 오르며 전세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인천 연수구도 신축 아파트가 많고 교육 환경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며 수요가 쏠리자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체결 시 가격을 대폭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매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인데도 정부가 매매 거래를 억제하는 기존 규제는 그대로 둔 채 현실과 맞지 않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 2인 가구 증가, 저금리가 최근의 일이 아닌데도 장관이 이를 주택시장 불안의 원인으로 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지금 내놓은 정책을 보면 시장에서 지금도 외면받는 상품을 팔겠다는 것이다. 시장 기능을 회복하도록 규제를 푸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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