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앞둔 LG화학 3분기 깜짝 실적… 영업익 1조 육박 ‘사상 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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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기 대비 58% 는 9021억… 매출도 7조5073억 ‘분기 최대’
석유화학 실적 견인… 배터리도 흑자
분사 앞두고 잠정실적 첫 발표
업계 “소액주주 우려 불식 차원”


LG화학이 올해 3분기(7∼9월) 사상 최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예상 밖 코로나19 특수를 본 석유화학 사업에다 2차전지 사업이 흑자 기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LG화학은 12일 잠정 실적을 공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5073억 원, 영업이익 9021억 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창사 이래 최대치다. 전 분기보다 매출은 8.2%, 영업이익은 57.8% 늘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8% 늘고, 영업이익은 158.7%나 증가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영업이익 7328억 원)도 훌쩍 뛰어넘었다. LG화학이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깜짝 실적의 배경엔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석유화학 사업부문이 있다. 3분기 석유화학 사업부문은 7000억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LG화학이 글로벌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부가합성수지(ABS)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ABS는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내·외장재에 주로 사용된다. 올해 3분기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일찍 벗어난 중국을 중심으로 생활가전 수요가 늘면서 덩달아 ABS 매출도 늘었다.

기저귀 및 위생용품 원료로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 라텍스 장갑의 핵심원료 니트릴라텍스(NBL) 등도 선전했다. 건설자재 등에 사용되는 폴리염화비닐(PVC)도 선방했다. 저유가로 인해 ABS 등의 스프레드(제품과 원재료의 가격 차이)가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커져 영업이익도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지 사업부문의 흑자 기조는 더 단단해졌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소형 전지 부분은 2018년 4분기 이후 올 2분기에 첫 흑자를 낸 데 이어 3분기에도 이익을 냈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LG화학은 8월 중국 CATL에 1위 자리를 뺏겼지만 1∼8월 기준으론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4.6%로 1위를 굳히고 있다. 또 첨단 소재 사업도 양극재 출하량이 늘었고 편광필름 강세와 자동차 판매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이 처음으로 잠정 실적을 발표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LG화학은 “최근 LG화학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가 변동성이 커져 주주 및 투자자들이 더 정확하게 실적을 예측하고 기업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법인 물적 분할에 성난 소액주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배터리만 잘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한 주주 소통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LG화학은 12월 1일부로 전지 사업부문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미래 전기차 시대의 배터리 점유율 1위인 LG화학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9일까지 8846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한 상태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3분기 실적을 보면 LG화학이 배터리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가능성과 역량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1일에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며 전화회의(콘퍼런스콜)를 진행할 예정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lg화학#3분기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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