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수익이라도 좋다” 투자자들, 규제 덜한 꼬마빌딩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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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다 대출 등 받기 수월… 중산층-직장인도 ‘영끌’ 투자
B급지 건물에도 투자 발길… 뚝섬로등 이면골목 빌딩 오름세
“공실률 제각각… 꼼꼼히 살펴봐야”

올해 6월 A 씨(63)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먹자골목의 소형건물 한 동을 사들였다. 1년 반 전부터 서울 강남권 꼬마빌딩(5층 이하, 시가 10억∼50억 원의 비주거용 부동산) 매입 기회를 노렸지만 매물을 구할 수 없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신흥 상권으로 눈을 돌린 것.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땅값에 마음이 급했던 A 씨는 3년 전 오래된 주택을 리모델링한 꼬마빌딩을 사들여 현재 월 수익 1700여 만 원을 챙기고 있다. A 씨는 “매달 내는 대출이자가 800만 원 후반대지만 대기업 간부 월급과 비슷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빡빡한 주택담보대출과 다주택자 규제로 아파트보다 서울의 비강남 신흥지역이나 경기도의 소형 빌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은행 예·적금만으로는 수익을 얻지 못하는 0%대 금리 시대에 주식보다는 큰돈을 쥐고 싶고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대출받기 수월한 꼬마빌딩 투자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6일 은행 PB센터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수익률이 연 4%대는 돼야 꼬마빌딩에 관심을 뒀던 투자자들이 최근엔 A급지가 아닌 ‘B∼B+급’ 건물로 “연 2∼3%대 수익만 올려도 좋다”며 투자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부장은 “마용성의 전통 상권인 홍익대, 이태원, 성수동의 시세가 오르면서 마포구 공덕동이나 연남동, 용산구 한강대로 주변과 한남 오거리, 성동구 성수동 뚝섬로 같은 이면골목과 인근 상권 빌딩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임은순 KB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숲길공원은 이미 평당 1억 원을 넘었고 먹자골목길은 8000만∼9000만 원대”라며 “리모델링을 잘한 건물들은 연 3% 중후반까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꼬마빌딩 수요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이후 15억 원 초과 고가 아파트 대출이 막히면서 풍선효과처럼 늘었다. 2018년 6월부터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등을 적용받고는 있지만 아파트보다는 대출 규제가 훨씬 약한 편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고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고 법인 명의로 매입할 경우 매입가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층의 폭도 넓어졌다. PB센터에서 알음알음 빌딩 거래를 해오던 고액자산가뿐 아니라 현금 10억 원 정도는 너끈히 융통할 수 있는 중산층이나 30대 전문직 직장인들까지 은행지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회사원 홍모 씨(33)는 “수원에 집 한 채, 고양에 재개발 분양권이 한 개 있는데 이 중 하나를 팔고 ‘똘똘한’ 상가건물 한 채 사는 게 낫다고 보고 수도권 10억 원짜리 건물을 물색 중”이라고 했다. 이어 “상가건물은 주택에 비해 은행 대출의 규제가 적어 투자처로 더 낫다”며 “이자를 내도 임대료로 월 300만 원가량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빌딩은 아파트보다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낮아 단위면적당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부동산 사이트에서 꼬마빌딩 시세와 실거래가격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건물마다 공실률이 제각각인 데다 서울 상권의 경우 갑자기 떴다가 순식간에 가라앉아 뒤늦게 진입한 건물주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동혁 기자
#대출#영끌투자#꼬마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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