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약 당첨 명당’?…한 고시원서 18명 무더기 당첨, 무슨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6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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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도권의 한 지역에서는 고시원 거주자들이 연달아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알고 보니 A씨 등 당첨자들이 청약에서 1순위가 되기 위해 고시원 업주 B씨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전입신고만 한 채 실제로 살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청약에서 1순위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한 것이다. 국토부 조사 결과 입건된 5명 외에도 B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고시원으로 위장 전입한 13명이 더 포착돼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부동산 전담기구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정부가 26일 제 4차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그 동안 진행된 부동산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시장에 뿌리박혀있는 부동산 불패론을 이번만큼은 반드시 끊어내겠다는 각오로 부동산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일각의 의구심이 ‘이번에는 확실히 달라지겠구나’라는 신뢰와 공감이 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담기구 설립 전이라도 국토부 내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은 물론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총동원해 부동산 실거래, 대출, 청약, 보증금 사기 등 부동산 거래 전반을 조사해 투기세력을 압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를 중심으로 이상거래가 의심되는 1705건을 추출해 조사한 결과 편법증여 등 탈세 의심 사례 555건, 대출규정 위반 37건, 부동산 거래 및 신고규정 위반 211건 등이 적발됐다.

실거래 외 부동산 부정행위 수사를 통해서는 현수막 또는 인터넷 카페 글 게시를 통해 집값담합을 유도한 행위 13건(11명), 위장전입 등 아파트를 부정당첨 받은 행위 현재 9건(12명) 등 30건(34명)을 적발해 입건했다. 실거래 외 부정행위는 현재 395건을 추가 수사 중이어서 처벌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아파트 청약 관련 적발 사례 중에는 장애인 단체 대표가 브로커와 공모해 주변의 장애인, 국가유공자 13명에게 대가를 제공하고 명의를 도용해 아파트 특별공급에 청약, 당첨된 뒤 분양권을 전매해 차익을 챙긴 사례가 있었다. 대표와 브로커 등 5명은 이미 입건됐고, 명의를 빌려준 13명을 대상으로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인터넷 카페에 “특정 가격 이하로 집을 내놓지 말자”고 글을 작성하거나, 중개사 단체가 특정 업체와의 공동중개를 거부한 사례도 적발됐다.

편법 증여 및 대출금 유용 등과 관련된 사례도 다양했다. 법인 대표의 자녀이자 본인도 해당 법인의 주주인 C씨는 부모 소유 법인에서 받은 배당소득 7억 5000만 원을 송파구 소재 주택을 매수하는데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국토부 조사 결과 C씨가 보유한 법인 지분(0.03%)으로는 받을 수 있는 배당소득은 50만 원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부모가 자신의 배당수익을 C씨에게 편법으로 증여한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해당 사례를 통보했다. 가족 간에 가격을 낮춰 거래하는 사례, 사업자대출 유용, 계약일 허위 신고 사례 등도 적발됐다.

경찰도 8월 7일부터 11월 14일까지 100일 간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특별단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부동산시장 교란행위자 총 823명을 단속해 34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789명을 수사 중이다. △거래질서 교란행위 526명 △재건축·재개발 조합 비리 142명 △불법 중개행위 63명 △공공주택 임대비리 54명 △전세보증금 사기 38명 등이다.

금감원은 이날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가 대부업자를 통해 우회 대출을 할 때도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9월 2일부터 행정지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또 금융회사가 주택담보대출 규제 전반을 준수하고 있는지 9월 중 점검할 예정이다. 금감원 측은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시 개인 신용대출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 개인사업자·법인이 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용도로 사용하는지 여부 등을 중점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새샘기자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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