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연임 행진, KB-하나-산은도 이어갈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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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실적주의’ 확산 속 장수 CEO 주목

올해 임기가 끝나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3월 연임에 성공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한다. 이미 3연임을 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갈등과 정부 입김으로 단명하던 금융권 CEO들의 임기가 외국계 금융사들처럼 실적 중심으로 평가받는 시대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 실력만 있으면 연임은 기본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2000년 이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금융지주회사 회장 중 3연임에 성공한 이는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해 3명이다. 라응찬 전 회장은 은행장 경력까지 포함해 18년간 은행과 지주사 CEO로 활동했다. 조용병 회장과 손태승 회장도 올해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CEO’의 문턱에 들어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3년씩 세 번’ 하는 3연임이 이제 ‘뉴노멀’이 되는 분위기”라며 “CEO들이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그동안 4연임 CEO는 없었다”며 “실적을 내고 후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최적의 임기를 9년 정도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성과를 내면 임기를 보장해주는 ‘실적주의’ 문화가 금융권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도 CEO 연임이 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에 민감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장수 CEO가 드물지 않았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은 2001년 한미은행 은행장으로 발탁돼 2004년까지 일했다. 씨티은행과 합병된 뒤에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0년 한국씨티은행그룹 회장을 겸직했다. 그는 2014년까지 10년간 자리를 지켰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2015년 SC제일은행 첫 한국인 행장으로 취임했다. 재임 전 적자를 내던 은행을 흑자로 돌리는 경영 수완을 발휘해 연임에 성공했다.

○ “외풍은 옛말” 굳건해진 지주 지배구조

KB금융지주는 12일 차기 회장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인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회장 논의를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다른 금융사들이 물린 사모펀드 사태를 피해 간 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2분기(4∼6월) 경영실적 1위를 달성한 윤 회장의 3연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 현대증권, 푸르덴셜생명 등을 차례로 인수합병하면서 균형감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도 윤 회장의 3연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연임을 하지 못할 경영상 실책이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일각에선 은행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사모펀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연루됐다는 지적도 있다. 또 김 회장이 연임하지 않고 후계자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말도 돈다.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과 이진국 부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음 달 10일 임기가 끝나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거취도 금융권의 관심사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나 두산 등 진행 중인 구조조정 작업이 있어 이 회장 연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동혁 기자
#금융ceo#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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