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이익 90% 환수하면 그게 ‘당근’이냐?”…재건축 단지들 ‘시큰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5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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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정부가 4일 ‘공공참여형 고밀 재건축’과 공공재개발을 뼈대로 한 ‘8·4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서울 인기 지역에선 이른 시일 내에 추가 공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재건축을 통한 공급 예상 물량은 5만 채나 되지만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던 정비구역도 공공재개발 참여가 가능해지면서 일부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주민 동의를 다시 얻어야 해서 아직은 갈 길이 멀다.

5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공공재건축에 대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반응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로 요약된다. 대책 발표 전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정부가 규제 완화에 따른 추가 수익의 90% 이상을 환수하기로 한 만큼 조합원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공공재건축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 사업자가 참여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50~70%를 공공임대나 공공분양으로 채워야 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재건축 추진 단지 관계자는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 검토할 단계도 아니지만 공공이 참여하면 조합원 이익보다는 공공성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겠냐”며 “추가 이익의 90%를 환수하면 무슨 ‘당근’이 되나”고 말했다. 강북 지역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시영’ 주민들도 시큰둥한 반응이 많았다. 주민 B 씨는 “용적률 높여도 이익을 환수해간다면 찬성할 이유가 없다”며 “그냥 민간 재건축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공공재건축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한 단지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대형 평수가 60%가 넘어 이미 일대일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우리 단지는 공공재건축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2000년 이미 시공사 선정까지 마친 상태라 공공재건축으로 방향을 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 인기 지역 재건축 대단지 중 공공재건축 참여가 가능한 단지는 강남구 ‘은마아파트’,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영등포구 ‘여의도시범아파트’ 정도가 꼽히지만 이들 단지들도 의도가 과도해 참여 유인이 낮다는 기류가 역력했다.

공공재개발에 기대하는 목소리와 회의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2004년 조합 설립을 추진했으나 답보 상태인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 인근 공인중개사는 “이곳은 주거 환경이 너무 열악해 재개발은 수익성보다는 삶이 걸린 문제”라며 “정부가 사업을 이끌고 주민을 설득해준다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공공재개발에 정비구역 해제 지역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지만 예상만큼 많은 사업장이 참여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강북구 미아뉴타운 일대 공인중개사는 “오랜 갈등 끝에 주민 절반 이상이 동의해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건데, 공공재개발이라고 동의할 주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민간 사업장의 참여가 저조하면 정부의 공급대책이 겉돌 수밖에 없다”며 “추가 규제완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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