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폰’ 진실 깨달은 밀레니얼 소비자들, 온라인몰로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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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을 사려던 A 씨는 집 근처 이동통신사 판매점 앞에 내걸린 ‘0원폰’ 광고 전단을 보고 매장에 들렀다가 기분만 상했다. 현재 쓰는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보다 4만 원 이상 비싼 5세대(5G) 고가 요금제를 반 년가량 이용해야 하고, 신용카드를 만들어 2년간 써야 하는 데다, 부가서비스를 석 달 정도 가입해야 비로소 ‘공짜’가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A 씨는 “판매점 서너 곳을 들러 보니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덤터기를 씌우는 느낌이 들었다”며 “제조사 온라인몰에서 단말기만 사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해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이통사 판매점 대신 제조사 온라인몰 등 신규 판매 채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신 스마트폰을 쓰고 싶지만 통신요금 부담은 덜고 싶은 밀레니얼 소비자들이 자급제폰(이통사 약정 없이 살 수 있는 폰)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자급제폰 구매 비중이 11.8%로 전망된다. 자급제폰은 2012년부터 허용됐지만 유통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통적인 단말기 판매 채널이던 이통사 판매점 이용 비중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통신요금을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럭시S20(출고가 124만8500원)의 경우 삼성전자 온라인몰에서 구매 시 조건에 따라 13만 원 이상 할인(적립)을, 쿠팡에서는 회사별로 조건에 따라 7만 원 이상 할인(적립)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구매한 스마트폰을 알뜰폰 요금제로 이용하면 월 2만2000원(2년 약정, 11GB 소진 후 3Mbps 속도 제한)에 LTE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비슷한 조건의 이통3사의 요금제는 월 3만7500원(2년 약정, 4GB 소진 후 1Mbps 속도 제한)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자급제폰이 늘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갤럭시S9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자사 온라인몰에서 자급제폰과 비자급제폰의 가격에 차등을 두던 방식을 전면 수정해 동일하게 책정하면서부터 자급제폰 시장이 확대됐다. 이후 전자랜드, 롯데할인마트 등 양판점부터 네이버, 쿠팡, 11번가,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도 손쉽게 단말기만 살 수 있게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이통사들도 온라인 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재정의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자사 온라인몰에서 휴대폰을 주문하면 인공지능(AI)이 고객과 가장 가까운 인근 매장을 매칭해 해당 매장 직원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바로도착’ 서비스를 24일부터 선보인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한 무인매장도 9월 오픈한다. KT는 1일부터 온라인 주문 시 개통부터 배송까지 한 시간 안에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일부터는 전통적인 매장을 각종 통신 서비스를 이용해볼 수 있는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으로 바꾸기 시작했다.?하지만 알뜰폰보다 통신이용요금을 저렴하게 내놓을 수 없는 이통사의 한계를 감안하면 떠나는 젊은 소비자들을 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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