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IT→차·화·정→BBIG… 위기때마다 바뀐 간판기업

김현수 기자 , 홍석호 기자 , 김형민 기자 입력 2020-07-07 03:00수정 2020-07-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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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發 산업재편]외환위기前 시총 1위는 한전, IT열풍 타고 삼성전자 1위로
금융위기땐 SOC 투자 확대… 현대차 4년 연속 2위 차지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 앞당겨
BBIG, 전통 제조기업 대체 가속… 관련업종 시총 상반기 107조 늘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는 느낌이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6일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찾아온 타이밍이 기가 막힌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팀원의 3분의 2가 재택근무를 한다며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기업마다 매출, 주가 추이가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4차 산업혁명의 흐름으로 가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뒤에서 빨리 가라고 떠미는 느낌”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상에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 온라인쇼핑이 자리 잡았고, 주식 시장은 전통 제조업을 뒤로한 채 바이오·전기차·정보기술(IT)을 앞세워 달리고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던 현상이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 체감하는 것”이라며 “한국도 미국도 ‘세상을 바꿀 만한 기업’으로 투자가 쏠릴 수밖에 없다. 첨단 기업이 기존 전통기업을 대체할 것이라던 예상은 한편으론 맞았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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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마다 미래가 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 시가총액이 늘어난 상위 1∼10위 기업의 시총 증가분은 총 107조 원이었다. 또 이들 기업은 모두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BBIG) 기업이었다. BBIG로 100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간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시총 22조6300억 원 증가), LG화학(12조2100억 원), 네이버(13조1200억 원), 엔씨소프트(7조6800억 원) 등이 간판 기업이 된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약 17조9000억 원 줄었다. 포스코(―5조4000억 원), 현대차(―4조9000억 원) 등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전통 강자들의 시총도 줄줄이 하락했다.

과거에도 ‘위기’는 산업구조 개편을 앞당겼다. 위기가 터지면 기업의 투자도, 정부의 정책 지원도 미래로 향했기 때문이다. 위기 전후의 시총 순위 변화를 보면 이 점이 뚜렷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코스피의 굳건한 1위 기업은 한국전력이었다. 한전, 포항제철, 대우중공업 등 기간산업이 한국 경제의 간판 기업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의 ‘닷컴 붐’과 더불어 우리 정부도 정보기술(IT) 인프라 확충에 나서면서 2001년 첫 거래일 기준 3대 시총 기업은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통신(KT의 전신)이 됐다. 간판기업이 바뀐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때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각국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낮추고,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했다. V자 반등 이후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바꿨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자동차와 정유, 화학이 뜨면서 이른바 ‘차화정’이 급부상했다. 특히 현대차는 연도별 첫 거래일 기준 시총 순위가 2008, 2009년만 해도 11위였지만 2010년엔 3위로 급상승했다. 2012∼2015년은 4년 연속 2위를 지켰다.

○ 위기마다 승자였던 한국 기업들 이번에는…
20여 년간 2차례의 큰 위기를 통해 반도체, 자동차, 스마트폰 제조 강국으로 거듭난 한국 주요 기업들은 이번 위기에서도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삼성, SK, LG그룹 총수와 잇달아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협의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대형 인수합병(M&A)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최근 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체질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결국 글로벌 M&A다. 바이오, 테크 시장의 M&A에 돈 가진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근 한국형 뉴딜을 선언하며 디지털, 바이오 분야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지털 전환에서 한국이 승자가 되려면 정부가 나서 규제를 풀어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홍석호·김형민 기자


#코로나19#산업재편#간판기업#bb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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