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하락-부정 전망 작년의 6배… 자금조달 아직 불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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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레저-정유업 신용등급 흔들… 코로나 4월 위기설 한숨 돌렸지만
회사채 금리 높아져 부담 커질 듯… ‘AA―’등급 금리 연중 최고 수준
이달 평가땐 무더기 하향 가능성

지난달 신용평가사들이 정기 신용평가에 나서며 국내 기업 18곳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거나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거진 ‘4월 위기설’은 일단 넘겼지만, 전문가들은 아직도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이 안정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회사채 금리 급등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데다 유동성 부족을 키울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18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거나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지난해 4월(3개사)의 6배다.

호텔, 레저업종이 직격타를 맞았다. 호텔신라(AA)와 호텔롯데(AA) CJ CGV(A+) 등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 전망을 받았다. 정유업종도 유가 폭락과 이에 따른 실적 악화 등이 예상 되며 S-Oil(AA+)과 SK에너지(AA+)의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기업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핵심 지표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진다. 수개월 내에 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사들이는 기관투자가 역시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4월부터 정부가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함에 따라 회사채시장의 불안감은 일부 줄어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채안펀드가 AA급 이상의 회사채를 대상으로 매입을 진행하고 있어 그 이하 등급의 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업종별로도 여전히 평균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롯데칠성음료, 호텔신라, CJ대한통운 등 AA급 회사채들엔 목표액 이상의 수요가 몰리긴 했지만 이 기업들 대부분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 때문이기도 하다. 신용등급이 이보다 한 등급 낮은 한화솔루션(AA―)은 ‘부정적’ 등급 전망 탓에 채안펀드의 지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회사채 수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채 금리 수준도 여전히 높아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2.203%로 연중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연초에는 1.7%대였다.

전문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기초로 5월 정기평가를 하면 무더기 등급(전망) 하향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까지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월 이후 채권시장이 우량채 위주로 일부 안정을 찾고 있지만 시장 전반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이 큰 호텔, 정유산업을 중심으로 신용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국내 기업#신용등급#회사채 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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