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아파트값 하락폭 8년만에 최대… 수도권 확산 기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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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아파트가격 0.17%↓…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12·16대책으로 고가주택 직격탄… ‘코로나 경기침체’ 우려도 한몫
양도세 중과 회피 급매물 나오지만… 수요자들 관망세로 거래 실종

집값 상승 진원지로 지목되던 서울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아파트 가격이 올해 2∼4월 3개월 연속 하락했다. 4월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7년 5개월 만에 월간 기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향후 집값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17% 하락하면서 지난해 5월 이후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5월 이후 올해 1월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던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은 올해 2월 전월보다 0.02% 떨어진 뒤 3월(―0.17%), 4월(―0.63%) 하락폭을 키웠다. 월간 기준 역대 하락폭이 가장 컸던 2012년 11월(―0.63%)과 동일한 수치다.

부동산114는 매주 전국 모든 아파트 단지의 호가와 실거래가를 수집한 뒤 자체 기준에 따라 단지별 시세를 산정하고 있다. 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 변동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2·16대책으로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고가주택이 몰려 있는 강남3구가 직격탄을 맞았다”며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더해지면서 급매물이 나와도 수요가 받쳐주지 못해 시세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세 하락은 재건축 단지에서 두드러졌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m²의 시세는 지난해 12월 19억6000만 원에서 올해 4월 24일 기준 18억2000만 원으로 1억4000만 원이나 줄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m² 시세도 같은 기간 20억6000만 원에서 18억8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송파구 A 공인중개사는 “9억 원 이하 아파트에서는 호가가 오른 매물도 있지만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호가는 일제히 하락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급매물의 상당수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절세 매물이라고 보고 있다. 다주택자는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올해 6월 말까지 팔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번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부동산 규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 6월까지 절세 목적의 급매물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집값 하락세는 서울 강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3월 30일∼4월 27일 5주 연속 하락했다. 서울 마포구 B 공인중개사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호가가 일부 조정됐지만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경기도 집값을 선도하던 과천시는 4월 아파트 가격이 0.05% 떨어졌고, 위례신도시(―0.02%)도 하락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강남3구를 시작으로 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서울 집값이 모두 떨어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는 2008년 5월, 강남구는 그해 7월, 송파구는 8월부터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고, 그해 12월 서울 모든 구의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3구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집값 하락을 이끌고 있지만 실수요자들의 수요는 여전한 만큼 하반기에 큰 폭으로 조정될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정순구 기자
#강남3구#12·16대책#아파트값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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