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TV홈쇼핑 정책 다시 짜야[기고/황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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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TV홈쇼핑은 내우외환에 봉착해 있다. 외부적으로는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주도권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모바일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백화점·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까지 온라인 쇼핑 사업에 진출하면서 TV홈쇼핑을 압박하고 있다. ‘혼밥’ ‘혼술’ 같은 1인 가구 또는 거실TV가 아예 없는 ‘제로(zero) TV’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재촉하는 환경이다.

내부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유료방송사들이 요구하는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급상승하고 있다. 유료방송사들은 결합판매·저가경쟁 등으로 악화된 수익구조를 홈쇼핑 송출 수수료로 보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쇼핑채널이 늘어나면서 좋은 번호대를 차지하려는 이른바 ‘론칭 경쟁’이 심화된 것은 또 다른 원인이다. 최근 승인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의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인수합병도 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TV홈쇼핑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경직된 TV홈쇼핑 정책이다. 1995년 TV홈쇼핑은 ‘중소기업 유통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이 때문에 TV홈쇼핑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꾸준히 강화되어 왔지만 그 정책들이 중소기업 육성이나 유통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대표적으로 중소기업 의무편성비율을 들 수 있다. 몇 개 TV홈쇼핑 채널에 대한 편성비율을 높여 수백만 개나 되는 중소기업 육성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보인다. 중소기업 편성비율 같은 정량적 정책만으로는 중소기업 육성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특정 중소기업들이 홈쇼핑 채널에 중복 입점해 혜택을 독식하고 있는 구조만 고착시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실제 현행 편성비율을 지킨다고 해도 370만 개나 되는 국내 중소기업 중에 홈쇼핑에 입점한 곳은 0.1%도 안 되는 3000개에 불과하다. 마치 국내 영화산업 보호를 위한 스크린쿼터 제도가 소수 대형 영화제작사와 멀티플렉스 영화사들의 독점력만 키운 것과 유사하다.

지금까지 홈쇼핑 산업은 규제와 진흥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규제의 강도만 높아졌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TV홈쇼핑을 포함한 온라인 상거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일상화될 것이다. 어쩌면 온라인 플랫폼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돌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TV홈쇼핑에 대한 기존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전향적이고 유연한 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판로를 개척하는 실질적인 TV홈쇼핑 정책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미 유럽에서는 새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스케일업’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TV홈쇼핑도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중소기업 편성비율 정책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한 중소기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유연하지만 실질적인 ‘선택과 집중’ 정책이 요구된다.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tv홈쇼핑#코로나19#케이블tv#중소기업 의무편성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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