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날개 단 해외 항공사… 코로나이후 하늘길 장악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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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업계 경쟁력 약화 위기
美-中-유럽 등 지원금 쏟아부어… 한국은 지원대책 상대적 미흡
코로나 이후 시장 회복기 상황서 가격 경쟁력 밀릴 가능성 커져

해외 주요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국 항공산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사들이 외항사들에 밀려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각종 보조금과 지원을 받으며 버틴 외항사들이 코로나19 이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글로벌 항공시장을 공략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해외의 대규모 항공산업 지원을 단순한 항공사 살리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시장 회복기를 대비하는 자국 산업 보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앞서 8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식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싱가포르, 유럽 등은 항공산업에 수조 원을 지원한다는데, 이는 외항사들의 원가가 더 낮아진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자국 항공사를 살린다며 쏟아 붓고 있는 각종 자금들이 결국 외항사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우 사장은 “외항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인데, 결국 국내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외국에 비해 부족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아쉽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이달 초 항공산업 위기 대응을 위한 60조 원의 자금 지원을 승인했다. 미국항공운송협회의 보조금과 긴급융자, 대출, 세금 감면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중국은 아예 항공사 노선별로 좌석킬로미터(ASK)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일부 유럽 국가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금융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싱가포르는 대규모 자금 지원은 물론이고 조업사 지원과 각종 공항 사용료를 감면해 준다고 했다. 말레이시아는 항공사에 전기료 15%를 감면해 주는 정책도 내놨다.

반면 한국의 지원 대책은 외국에 비해 미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저비용항공사(LCC)에 총 3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침을 정했을 뿐이고, 대형 항공사도 지원을 하겠다는 큰 틀에서만 합의를 한 상태다. 착륙료 및 주기료 면제도 하고 있지만, 이는 해외 국가들이 모두 하고 있는 조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정부 보조금은 다른 나라의 반발로 이어진다. 미국은 중동 항공사들이 수십조 원의 불법 보조금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수년째 제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사실상 합법적인 보조금 경쟁을 가능케 한 셈이다. 한 외항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엔 각종 보조금뿐 아니라 감면받은 세금과 각종 비용 등이 항공사들의 원가 및 비용 절감 효과로 나타난다”며 “해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항공사에 지원을 하는 건 시장 회복기에 타 항공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치고 들어올 것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이후 정부로부터 체력을 보강한 중국과 중동, 미국 항공사 등의 시장 장악을 위한 가격 공세가 무서울 것”이라며 “일부 경쟁에서 뒤떨어진 국가들은 자국 영공을 제한하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한번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계속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코로나19#항공산업#국내 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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