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증시부진에 “밖으로”… 해외투자펀드 비중 30%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4660개 운용, 5년새 비중 2배로… 올해 신규 펀드 중 60%가 ‘해외’
상장사 10곳중 6곳 주가 저평가

최근 직장인 전모 씨(33·여)는 다음 달로 만기가 다가온 3000만 원 규모의 적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다시 예·적금에 넣자니 연 1%대의 쥐꼬리만 한 이자가 문제고, 주식 투자를 하자니 국내 증시 상황이 너무 안 좋은 데다 손실 위험도 컸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금 투자가 유망하다고 해 알아봤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 결국 전 씨는 최근 지인의 추천으로 해외투자펀드를 알아보고 있다.

역대 최저 수준의 저금리가 계속되고 국내 증시가 오랫동안 박스권에 묶이면서 투자자들은 돈 굴릴 곳을 찾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전체 펀드에서 해외투자펀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3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펀드는 자산운용사가 국내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모아 해외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운용 자산의 60% 이상을 해외 자산에 투자하면 해외투자펀드로 분류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외투자펀드 수는 4660개로 전체 펀드의 30.3%로 집계됐다. 전체 펀드시장 내 해외투자펀드 비중은 2014년 말 16.2%에서 지난해 말 28.0%로 꾸준히 늘었고 지난달 30% 선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늘어난 전체 펀드 1001개 중 640개가 해외투자펀드로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증시의 지속적인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코스피는 작년 초 2,600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지만, 이후 박스권에 갇혀 지금은 2,100 선에 머물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상승률도 5.4%에 그쳐 같은 기간 20% 이상 오른 미국 3대 지수보다 훨씬 부진했다. 정부가 2016∼2017년 해외펀드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며 투자를 독려한 것도 해외펀드 확산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 저하는 상장사들의 저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99곳의 올해 3분기(7∼9월)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와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 403곳(67.3%) 시총이 자본총계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의 시총이 장부상 순자산가치(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뜻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증시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인 것을 고려할 때 해외 시장은 더 나은 상품과 수익률을 찾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설명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해외투자펀드#국내 증시#상장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