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에도 이재용 리더십?…삼성, 日에 2조4000억 5G 장비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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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3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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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G 장비 생산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2018.1.10/뉴스1 © News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G 장비 생산현장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2018.1.10/뉴스1 © News1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장비를 공급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본 2위 통신사 KDDI에 5G 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5G 상용화가 시급한 일본 통신사들이 삼성전자 장비를 택하면서 삼성전자가 ‘5G 특수’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30일 “KDDI가 5G 장비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선정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KDDI에 공급하는 것은 5G 기지국과 코어장비로, 약 20억달러(2조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국내 이동통신3사에 5G 장비를 공급하며 지난 4월 통신사와 함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달성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통3사에 공급한 5G 장비는 외산장비인 에릭슨, 노키아, 화웨이보다도 압도적으로 많아 국내 5G 장비 시장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우리나라와 마지막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놓고 경쟁했던 미국의 이동통신사 버라이즌과도 협력해 5G 장비를 공급했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글로벌 5G 시장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전무는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개최한 ‘삼성전자 인베스터스포럼 2019’에서 “삼성전자는 현재 20개 이상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와 협력중이며 지난 5월 기준으로 글로벌 5G 네트워크장비 시장 37%를 점유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5G를 상용화한 국가가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얼마되지 않아 국내 시장의 높은 점유율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도 영향을 줬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 공급의 용이성을 갖췄고 무엇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한 무역규제를 강화하면서 인접국가인 일본이나 아시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5G가 전세계에 모두 구축된 이후에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다소 하락하겠지만, 초기 시장의 리더십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삼성전자는 국내 이통사와 미국 버라이즌을 비롯해 세계 20여개국 통신사와 협력해 4000여개의 5G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선도적으로 6G 연구소까지 갖춰 ‘통신 로드맵’을 제대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통신사 KDDI가 삼성전자를 선택한 것도 이같은 삼성의 강점과 화웨이 규제 상황이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통신장비 시장은 그동안 글로벌 장비업체 에릭슨과 노키아가 장악하고 있었지만 이들의 장비는 삼성 장비보다 가격이 높고 공급이 쉽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실제 노키아 장비의 경우 국내 5G 구축 과정에서도 공급 차질을 빚으며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고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공급 역시 용이하다는 점이 KDDI에게 주효했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구나 일본 입장에서는 오는 2020년 8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에서 5G 상용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된 5G 장비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상용화에 따른 5G 스마트폰 수급도 절실하다.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애플의 아이폰은 2020년 8월까지 5G 아이폰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

따라서 반도체 수출규제로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에 오히려 일본 통신사들이 손을 내미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실제 외신들은 KDDI 뿐만 아니라 일본 1위 통신사 NTT도코모와 3위 통신사 소프트뱅트도 삼성전자의 5G 장비 공급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 통신사 CEO들과 만나며 ‘세일즈맨’ 역할을 톡톡히 한 덕분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행한 직후 일본으로 날아가 반도체 부품 여유분을 확보하는 한편 이후에도 꾸준히 일본 기업들과 접촉해왔다.

또 양국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이후에도 올림픽 공식후원사로서 ‘갤럭시S10+ 도쿄올림픽 스페셜에디션’ 단말기를 출시하는 등 일본 시장에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는 등 적극인 행보를 이어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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