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도매가 올랐다고 바로 올릴 수 있는 소상공인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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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26일 0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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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 국내산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2019.9.25/뉴스1 © News1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2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정육코너에 국내산 돼지고기가 진열돼 있다. 2019.9.25/뉴스1 © News1
“도매가격 올랐다고 바로 소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동네 정육점은 없습니다” “삼겹살 납품 가격은 이미 올랐는데 그렇다고 삼겹살 판매가격을 올릴 수는 없지요”

지난 25일 동네 정육점과 삼겹살을 판매하는 식당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의 말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골목상권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대형마트와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동네정육점은 비축 물량이 하루나 이틀이 전부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1주일 정도 물량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타격을 입지 않는다. 동네정육점은 마트가 가격을 올리기 전까지는 쉽게 인상에 나서기 어렵다.

동네 식당 역시 주변 다른 업소와 경쟁을 해야하는 탓에 값을 올리기 쉽지 않다. 이미 삼겹살 1인분 가격이 치킨 1마리 가격과 비슷한 상황이어서 더 올렸다가는 손님을 치킨집으로 빼앗길 수도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전국 돼지고기의 평균 도매가격은 5374원(탕박, ㎏당)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전(16일 4558원) 대비 17.9% 가량 상승했다. 삼겹살 소비자가격도 ㎏당 2만1234원으로 발병 전에 비해 5.5% 가량 올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다음 날인 17일, 전국 돼지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지면서 18일 6201원까지 뛰었던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이동중지 명령이 해지되고 경매가 재개되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김포, 파주까지 확산되는 등 진정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정부가 24일 정오를 기준으로 48시간 가축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자, 돼지고기 도매 가격이 다시 올랐다.

이처럼 변동이 심한 돼지고기 가격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곳은 정육점과 식당 등 소상공인 업체들이다. 이날 송파구 A정육점에서 국산 냉장 삼겹살은 100g에 2450원에 팔리고 있었다.

A정육점 주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이후 도매상에서 가격을 올렸다. 우리는 그나마 다른 곳보다 싼 편에 속한다”며서 “주말이나 다음주가 되면 더 오를 수 있다.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국산 냉장 삼겹살을 100g에 1800원에 판매하고 있는 송파구의 또 다른 B정육점은 다음 주에 가격을 2000원 대로 올릴 예정이다.

B정육점 주인은 “이미 도매상에서 30% 넘게 가격을 올렸는데, 당장 올릴 수 없어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며 “다음주에는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헀다. 이어 “돼지열병은 한 번 생기면 보름 넘게 지속된다고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이 오래 가면 난처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식당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국내산 삼겹살을 파는 한 식당에서는 공급 받은 돼지고기의 가격이 올랐음에도 음식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며 난감해했다. 식당 주인은 “정육점은 수급량이나 도매 가격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있지만 손님을 상대하는 식당은 일시적인 가격 인상 때마다 메뉴 가격에 전부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빠르면 주말, 늦더라도 다음주가 고비라 보고 있다. 대형마트마다 비축돼 있는 분량은 보통 1주일 정도인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장기화되고 비축분마저 떨어진다면 언젠가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수입 돼지고기나 소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 대체육 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역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겪고 있는 중국이 돼지고기뿐 아니라 다른 육류의 수입량을 크게 늘린 탓에 전체 육류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대 양돈농가가 몰려있는 충청도 등 한강 이남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사태는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정부당국에서 최대한 차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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