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배원 8명 사망했는데 적자 2500억원”…우본 “충원 대신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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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5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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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전문가 채용 등 신체·정신건강 관리에 방점

5일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개최된 집배 안전보건관리 토론회 모습. © 뉴스1
5일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개최된 집배 안전보건관리 토론회 모습. © 뉴스1
우정사업본부(우본)가 집배원들의 과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충원보다는 신체·정신건강 관리에 더 집중할 방침이다. 현실적으로 충원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비용과 공무원 증원에 대한 반발 여론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본은 5일 오후 서울 강남우체국에서 전국우정노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무원노조, 산업안전보건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안전보건 관리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우본에 따르면 올해 집배원 사망자는 총 8명이다. 교통사고 1명을 제외하면 뇌·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4명, 자살이 1명, 기타 질병이 2명이다. 이날 기준으로 장기병가중인 집배원은 총 139명에 달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렬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장시간 노동이 우울증상과 관련이 높다는 연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기에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사고 경험자, 신규 입사자 등 심리적 지지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하 연세대 교수도 “우정사업 종사원들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높은 편”이라며 “장시간 근로와 야외근로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실적인 방안은 부족한 집배원을 충원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 하는 것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우편 수익이 계속 줄고 공무원 증원이라는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2011년 이후로 계속 적자인데 매년 규모가 500억~600억원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2500억원 정도, 내년엔 3000억원 정도 적자가 예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충원하기가 쉽지 않아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우본은 현재 안전보건관리 대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는데 이를 더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집배원의 신체·정신 건강 및 감정노동을 최대한 보호해 자살이나 질병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우본은 이런 일환으로 지난 5월 산업안전보건 전문가인 간호사를 채용했다. 앞으로 우본에 8명, 지방청에 8명, 100인이상 우체국 57곳에 각 1명씩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병가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중요한 것은 이 분들이 현장에 복귀할 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신·몸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를 업무적합성평가라고 하는 데 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안전관리담당자들이 집배원과 상담하는 내용을 관리자가 모두 알 필요는 없다”며 “담당자는 ‘이 집배원은 쉬어야 한다’ 등의 내용만 관리자에게 전달하면 되지 자세한 이유까지 밝히는 것 옳지 않다”고 했다.

최문성 노무법인 유앤 팀장은 “안전보건관리자는 외부에 맡기기보다 직접 선임하는 것이 실효적이다”며 “공공기관 안전강화라는 정부의 기조에 맞춰 관리감독자의 역할을 강화하고 내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본부장은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올해 집배원 4명이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나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뇌심혈관, 감정노동, 안전관리 분야의 사고 감축을 위해 오늘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보완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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