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기업어음도 빚에 포함… 부실 여부 깐깐하게 감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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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2 아시아나 사태 방지”… 주채무계열 기업 선정기준 강화
금융사 빚 외 시장성 차입도 반영… 회사채 발행 많은 건설사 비상
동원-현대상선 주채무계열 포함… 한국타이어-장금상선 등은 빠져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빚이 많은 기업에 대한 관리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주채무계열 기업을 선정할 때 기존에는 기업이 금융회사에 진 빚만 감안했는데 앞으로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에서 끌어다 쓴 빚도 기업 부채에 포함하기로 했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시장성 차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사 등 두세 곳의 기업이 정부의 관리 대상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4일 주채무계열 기업 30곳을 선정하고 내년부터는 선정 기준을 이같이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채무계열은 금융사에 진 빚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업으로, 금융당국은 선정된 기업을 별도 관리하도록 주채권은행에 권고한다. 이 가운데 건전성이 특히 악화된 기업은 주채권은행과 자율협약, 기업 재무구조개선 약정(워크아웃) 등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주채무계열 기업을 선정할 때 금융회사 대출뿐 아니라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등 시장에서 차입한 돈까지 부채로 보기로 했다. 기업들의 시장성 차입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금융사에 진 빚만으로는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금융사에 진 빚은 1조5000억 원 수준인데 시장성 차입도 1조 원 이상으로 그에 맞먹는 규모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의 상환 압박을 막기 위해 고금리의 시장성 부채를 늘리다가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고 결국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성 차입이 상당히 많지만 금융권 여신이 적은 기업들은 부채 리스크가 큰데도 정작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시장성 차입액은 금융회사 대출 규모에 육박하고 있다. 주채무계열 기업의 경우 금융사 여신 대비 회사채와 CP를 통한 차입액의 비율은 2010년 말 40.7%에서 지난해 말 68.2%로 올랐다.


시장에선 주채무계열에 새로 추가될 기업은 회사채 발행이 활발한 건설사 등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만 1조4000억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또 기존 주채무계열 중 전통적으로 시장성 차입을 위주로 자금을 조달했던 일부 대기업들도 채무계열 순위가 기존 대비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이 달라지면 기업들의 건전성 평가도 다소 부정적으로 바뀔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 기업 재무구조를 평가할 때 보는 기준 자료를 별도 재무제표에서 연결 재무제표로 바꾸기로 했다. 해외 계열사 부실이 모(母)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채무계열의 전체 계열사 중 해외 계열사 비중은 2008년 말 59%에서 올해 4월 말 73.9%로 늘었다”며 “해외 계열사 부실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주채무계열 선정 결과 한국타이어와 장금상선, 한진중공업은 차입금 감소, 채권단 출자전환 등으로 빠졌고 동원과 현대상선 등이 새로 편입됐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회사채#기업어음#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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