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회장 “아시아나 신규자본 확충 규모, 1조원이면 충분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6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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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전액을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3분의 1, 4분의 1 등 일부만 충당해도 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본 확충 규모를 1조 원 안팎으로 제시했다. 시장에서 점치는 것만큼 인수자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현 차입금이 3조6000억~3조7000억 원가량인 점을 들어 새 주인이 인수를 위해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적정한 자본만 조달되면 부채는 그냥 안고 갈 수 있다”며 “전체 부채의 일부에만 증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해 투자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 전체 부채가 동시에 상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매각 발표가 이뤄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만큼 증자로 1조 원 안팎의 자본만 확충되면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은 등 채권단도 매각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돕기 위해 충분한 수준의 유동성을 지원할 방침이다. 당초 금호 측은 5000억 원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회장은 “스탠바이(예비용)로 조금 보충될 수 있다”며 지원 규모가 ‘5000억 원+α(플러스알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5일 전에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결정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25일 전 자금 지원안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매각 일정과 관련해서는 “4월 말~5월 초 금호그룹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맺는 즉시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공개매각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 기간은 최대 6개월 정도로 잡고 있다. 에어부산 등 자회사를 일괄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인수자가 원한다면 분리 매각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 신규자금 지원의 조건으로 갖가지 ‘안전장치’를 달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채권단이 많은 부분에 담보를 잡고 있다”며 “채권단이 1원이라도 손해를 본다면 대주주가 먼저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매각 의지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을 감안한 것이다.

그는 “박 전 회장에게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마지막 단계에서 그분의 인격을 폄하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회장의 동생 박찬구 회장이 계열 분리한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보유한 점과 인수 가능성에 대해선 “그분이 어떻게 행동할 것이라고 우리가 말하긴 어렵다”며 “어떤 인수자가 아시아나에 도움이 될 것인가 관점에서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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