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이 뜬다…식품 가격인상 속 ‘가성비 갑’ 제품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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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3월 10일 09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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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포주 브랜드 ‘필라이트’…원가 절감으로 가격 ↓
‘서민음식’ 라면…농심, 오뚜기에 PB 상품도 ‘초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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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주름지게 하는 가운데 남들과 다른 ‘착한 가격’ 마케팅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파격에 가까운 가격 책정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없이 다가서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브랜드 ‘필라이트’는 누적 판매 5억캔을 돌파했다. 필라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가성비다. 초기 출시 광고에서부터 ‘12캔에 1만원’을 내세우며 저렴한 가격을 강조했다. 기존 맥주제조공법에 맥아 비율을 10% 미만으로 원가를 낮춘 덕분이다.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운 필라이트 효과로 지난해 하이트진로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당기순이익이 75%나 껑충 뛰었다. 필라이트의 흥행에 오비맥주에서도 신제품 ‘필굿(FiLGOOD)’을 ‘12캔에 1만원’에 내놓으며 반격에 나섰다.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꼽히는 라면 시장에서는 편의점 이마트24가 한 개에 390원(5입 1950원)짜리 ‘민생라면’을 연중 상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한 개에 390원짜리 봉지라면은 대형마트, 오픈마켓 등 유통채널을 통틀어 정상가 기준 최저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말 편의점 업계 최저가인 550원짜리 민생라면을 선보인 후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출시 3개월 만에 판매량이 40만개를 돌파했다. 이마트24는 개별 가맹점의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저가인 390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PB(private brand) 상품을 제외하면 오뚜기 ‘진라면’과 농심 ‘해피라면’이 가격을 가성비가 좋은 제품으로 통한다. 오뚜기 진라면은 11년째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이에 1020세대가 오뚜기를 ‘갓뚜기’라 부르는 등 이미지가 좋아져 컵라면을 중심으로 진라면 매출이 크게 늘었다.

최근 농심에서도 1982년 출시 이후 1990년대 초까지 판매했던 ‘해피라면’을 30년 만에 부활시키며 저가 라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뉴트로’ 트렌드에 편승하면서 가격을 진라면보다 낮은 700원(편의점 기준)에 책정했다.

빵도 저가 열풍에 가세했다. 신세계푸드는 ‘가용비’를 높여 선보인 빵 제품 ‘슈크림몽땅’이 출시 한 달만에 누적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약 35g짜리 번(빵)에 일반 슈크림빵 대비 2배 이상 많은 100g의 슈크림을 넣어 풍성한 식감을 구현했다. 특히 빵 6개로 구성된 1세트 가격이 5980원으로 빵 1개당 1000원이 채 안 되는 가격이 장점이다.

신세계푸드는 넉넉한 양에 비해 5000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인 것이 가격 대비 용량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은 원인으로 분석했다. 온라인에서 대용량 디저트로 입소문을 얻어 평일 3000여개, 주말 6000여개의 높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bhc의 순댓국 전문점 ‘큰맘할매순대국’은 지난해 ‘순대국’과 ‘뼈해장국’, ‘수육국밥’ 등 메뉴 3종이 총 5000만 그릇 판매됐다. 이들 제품은 모두 6000~7000원으로 저렴하지만 푸짐하고 맛이 좋아 심리적인 만족감을 제공했다는 것이 bhc의 설명이다.

20~30대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선보인 ‘얼큰 짬뽕순대국’과 ‘순대 해장라면’의 가격 역시 6000원과 7000원 수준이다. 대부분 식사 메뉴의 가격을 1만원을 넘지 않게 책정해 가성비가 좋은 식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착한 가격 마케팅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큰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원재료와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오르며 원가를 절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다른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다면 또 다른 제품은 초저가 전략으로 소비자 선택의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식품업계는 소비자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영역이다보니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면 저항감이 큰 편이다. 이럴 때 내세운 저가 공세는 가계 부담을 줄이고 특히 가성비를 따지는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공략하기 좋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아예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 초저가 브랜드로 소비가 양극화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다만 저가 브랜드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관심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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