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깐깐해진 회계감사… 부실 코스닥기업 상폐 줄이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부실감사 처벌 강화’ 작년 法개정… 내달 주총 앞두고 곳곳서 잡음


코스피 상장사 A사는 최근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황당한 주문을 받았다. A사가 보유한 비상장 회사들의 지분 가치를 평가하는데 회계법인이 기존에 써오던 국내 채권평가회사의 할인율 자료를 거부하고 블룸버그 자료를 요구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회사의 자료로 감사보고서를 내놓고선 갑자기 공신력을 이유로 블룸버그 자료만 쓸 수 있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개정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외감법) 시행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감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올해는 표준감사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여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보수적 잣대… 감사비용도 30% 올라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2월 결산 외감법인들은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막바지 감사보고서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의 분식회계 논란을 계기로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개정 외감법이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비상장 주식 가치 평가다. 코스닥 상장 B사는 “작년까지는 회계법인이 외부 평가기관의 보고서를 거의 그대로 갖다 썼는데 이번엔 외부 보고서를 검증하겠다며 제출기한을 앞당기라고 독촉했다”며 “준비가 안 됐던 다른 회사는 평가기관에 ‘급행료(웃돈)’를 얹어주고 보고서를 받았다”고 했다.

회계법인이 항목별 해석에 보수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익을 낮춰 잡아야 하는 곳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C사는 “일반적으로 개발비는 자산으로 처리한 뒤 매출이 발생할 때부터 상각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매출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상각을 시작해야 한다고 해석하는 회계법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감사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 상장 D사는 회계법인이 올해 감사비로 1000만 원을 더 요구해 난감한 상태다. 지난해 초 D사가 계약한 감사비용은 3400만 원. 하지만 지난해 외감법 개정으로 감사 항목에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추가되면서 감사비를 500만 원 올려줬다. 올해는 회계법인이 감사 시간 증가를 이유로 1000만 원을 더 얹은 4900만 원을 요구했다.

E사 관계자는 “표준감사시간 제도 도입으로 감사 시간이 늘고, 주기적 감사인 지정 제도로 회계법인들이 영업할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빅4’ 회계법인은 지난해보다 감사비용을 30%, 그 외 법인들은 10∼15%씩 올렸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감사인 지정 법정시한(사업연도 개시일 이후 45일 이내)을 넘기고도 감사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 깐깐해진 감사에 상장폐지 늘어날 수도

외감법 시행 영향으로 다음 달 감사보고서에서 ‘거절 또는 부적정, 한정’ 등의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감사의견은 회계법인들이 감사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는 것이다. 이미 외감법 시행을 앞두고 감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감사의견 문제로 상장폐지된 기업 수가 2014년 5곳에서 지난해 13곳으로 급증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
#회계감사#코스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