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와 쇼핑카트만 있던 마트에…딤섬 맛집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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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시스템이 도입된 서울 롯데마트 금천점에서 한 고객이 물품 구입을 위해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하루 평균 7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스마트시스템이 도입된 서울 롯데마트 금천점에서 한 고객이 물품 구입을 위해 QR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하루 평균 7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직장인 김서현(34) 씨는 요즘 마트에 갈 때 따로 장바구니를 챙기지 않는다. 다른 쇼핑객들과 마찬가지로 제품 상태와 가격을 꼼꼼하게 살피지만 쇼핑카트에는 물건을 담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을 꺼내 가격표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한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마트를 나섰지만 이날 그가 스캔한 물건들은 3시간 후 집으로 모두 배송됐다. 김 씨의 ‘빈손 쇼핑’은 지난해 12월 롯데마트가 서울 금천점에 도입한 스마트 시스템 덕분이다. 온·오프라인 쇼핑을 결합한 ‘옴니 스토어’에선 이러한 마트 쇼핑이 가능하다. 김 씨는 “차가 없어 집에서 온라인 쇼핑을 주로 했는데 물건을 직접 못 보는 게 아쉬웠다”면서 “실제 물건을 볼 수 있으면서도 배송을 안 해도 돼 요새는 종종 마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젊은 소비자’가 크게 줄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이들을 끌어오기 위한 환골탈태가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경험할 수 없는 콘텐츠들로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4월 경기 고양시 이마트 킨텍스점에는 ‘아임파인쉬림프’라는 매장이 들어섰다. 속초 중앙시장에 있는 지역 맛집이 수도권 대형마트에 진출한 것이다. 부산 이마트 해운대점에 입점한 마녀족발이나 상국이네(분식점)도 원래는 지역 맛집으로 인기를 끈 곳들이다. 2018년 4월 해운대점에 입점한 상국이네는 지난해 12월까지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녀갈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변 다른 매장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서초점에는 가로수길 딤섬 맛집으로 알려진 ‘제레미 20’이 입점해 있고 대구 칠성점에는 대구 지역 맛집으로 유명한 ‘동양국수백과’와 ‘청춘스테끼’가 들어섰다. 지역 맛집을 인근 마트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정혜진 씨(32)는 “줄서서 먹는 음식들을 마트 푸드코트에서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외식하러 마트에 자주 간다”고 말했다.


장바구니와 쇼핑카트만 있었던 대형마트의 풍경이 확 바뀐 건 오프라인 매장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끼쳤다.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의 공세에 대형마트를 찾는 젊은 세대가 크게 줄면서 최근 대형마트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이마트의 2018년 4분기 영업이익은 61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9%나 하락했다. 4분기 실적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이다. 롯데마트는 같은 기간 매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81억 원 적자로 전환했다.


마트업계는 부진한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들을 끌어오기 위한 다양한 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1호점인 창동점 등 10여 개 점포를 올해 리뉴얼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특성이나 달라진 주변 환경을 적극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국이네’ 같은 맛집 매장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면서 “주로 젊은 고객들이 매장을 많이 방문하는데 이들이 식사 후 자연스레 쇼핑을 하면서 마트 매출도 올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속초닭강정, 의령망개떡, 목포왕꽈배기 등 지역 맛집 특설 매장을 서울 경기지역 매장에서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잠실점 등 20여 개 점포의 리뉴얼을 계획 중인 롯데마트는 패션 매장을 줄이고 신선식품이나 지역 맛집 등 식음료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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