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내리막인데 세금 25조 더 걷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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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부동산거래 급증 영향, 작년 역대 최대… 세수예측 빗나가
“정부재정 적극 활용할 기회 잃어”

지난해 정부가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이 징수한 초과 세수(稅收)가 역대 최대인 25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나라 곳간에 들어올 세금 규모를 잘못 전망하는 바람에 작년 경기 하강 국면 때 재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은 ‘2018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 실적은 293조6000억 원이었다. 이는 정부의 당초 세수 전망보다 9.5%(25조4000억 원) 많은 것이다. 초과 세수는 2015년 2조2000억 원, 2016년 9조8000억 원, 2017년 14조3000억 원에 이어 지난해 25조 원대를 넘어서는 등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것은 2017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과 부동산 거래 급증을 정부가 예상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등이 증가하며 법인세 수입이 7조9000억 원 초과했고 주택과 토지 거래가 늘면서 양도소득세를 포함한 소득세 수입이 11조6000억 원 초과했다. 이런 불가항력적인 요인 외에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생긴 뒤 정부가 세수 전망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도 초과 세수의 원인이다.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세수를 추계하는지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먹구구식 본예산 편성과 남는 돈을 추가경정예산으로 소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가가 쓰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은 지난해 기준 13조2000억 원으로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금 분배, 채무 상환, 추경 재원 등의 순으로 사용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초과 세수가 많다는 건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못 썼거나 민간 소비로 흘러가야 할 국민의 재산이 국가로 넘어 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문재인 정부#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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