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경쟁 줄고 LNG船 초격차… 조선의 봄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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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과 통합 논의 오가는 대우조선… 거제 옥포조선소 가보니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4척의 제작이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송하동 수석부장은 “LNG 운반선의 건조 역량은 국내 조선 3사와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업체 간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며 “우리가 멀찌감치 앞서나갈 환경이 조성됐다”고 자신했다. LNG의 액화 상태(영하 163도)를 유지하면서 기체로 사라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국내 조선 업계의 건조 기술이 해외 조선사와 비교해 상당히 앞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LNG 운반선 발주 물량 70척 중 66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가 2027년까지 매년 평균 63척의 LNG 운반선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발주량의 상당량도 한국 업체가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송 수석부장은 “중국 조선사가 건조한 LNG 운반선이 잦은 고장 끝에 2년 만에 폐선하면서 신뢰를 잃었고 일본은 비조선업 분야에 주력하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국내 업체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물량 70척 중 66척을 수주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의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 물량 70척 중 66척을 수주하며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의 모습. 대우조선해양 제공

조선 업계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하면 고질적인 병폐였던 ‘저가 수주 논란’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2사의 출혈 경쟁이 사라지면서 선박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 시간) “두 조선소의 합병은 중국과 일본의 경쟁사들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양사가 통합하면 선박 건조 기술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회사는 운반선 화물창에서 기체로 사라지는 LNG를 다시 액화해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놓고 2014년부터 특허 분쟁을 벌였지만 통합되면 이런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LNG 운반선의 화물창 건조 기술을 비롯해 선박 엔진과 쇄빙 장치 등 양사가 각각 장점을 가진 부분이 통합을 통해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주력으로 삼는 LNG 운반선 이후의 신성장 동력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향후 통합회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LNG 운반선의 수명은 20년 안팎으로 선박 교체주기가 길다. 카타르나 러시아 등 주요 LNG 수출국의 운반선 발주물량이 마무리되면 국내 조선 업계는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시장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LNG 운반선 1척의 연간 고용 창출 능력(500∼700명)도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통합을 반대하는 것도 향후 LNG 운반선의 건조가 끝나면 일감이 사라져 결국 인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탓이다.

거제 옥포동에서 가족들과 20년 가까이 숯불갈비 가게를 운영한 강유정 씨(45)는 “가장 큰 조선사 2곳이 통합되더라도 해양플랜트와 상선 건조가 활발해 지역 경제가 활황이던 1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역 상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조선 산업의 흥망을 다룬 책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의 저자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조선 업계에는 없는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투자를 진행하는 등 조선업의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을 내릴 시점이 왔다”고 조언했다.

거제=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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