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에 칼 빼든 국민연금…‘연금사회주의’ 우려 증폭

  • 뉴스1
  • 입력 2019년 2월 1일 16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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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분 5% 이상 종목만 300여곳 재계 “기업부담”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항공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은 한진칼 경영참여를 결정했다. © News1DB
1일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대한항공노동조합 관계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연금은 한진칼 경영참여를 결정했다. © News1DB
국민연금기금이 한진칼에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자 정부의 과도한 경영권 간섭이 자칫 연금사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수위가 약한 정관변경 제안을 예고했으나 이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참여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만 300여개에 이른다.

1일 보건복지부는 서울시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2019년도 제2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었다. 회의 결과 기금위는 한진칼에만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10%룰(단기매매차익 반환)을 고려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지 않는 대신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했다.

한진칼을 대상으로 한 권리행사는 정관변경 제안이다. 모회사나 자회사에 횡령, 배임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을 때 이사에서 배제하는 내용이다.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정관으로 경영 관련 범죄가 소명됐을 경우로 제한했다. 기업의 사회적 신뢰를 꺾고 전횡을 일삼은 총수 일가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지만 괘씸죄만으로 총수를 끌어내리는 건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수위가 낮은 방법의 경영참여를 결정했으나 이같은 움직임이 정부의 재벌 길들이기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가 남는다. 이번 결정이 선례로 작용해 경제계 전체로 확산되면 기업 활동 위축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기금위 산하 자문기관인 수탁자책임위의 의견까지 거스르면서까지 주주권 행사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연금사회주의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책임위는 두 번 열린 회의에서 모두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탁자책임위 위원 9명 중 대한항공 경영 참여 주주권행사에 대해서는 찬성 2명, 반대 7명이었다. 한진칼에 대해서는 찬성 4명, 반대 5명이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 노후자금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건 관치”라고 주장했다.

기금고갈 비판을 받고 있는 국민연금이 정부 입맛에 맞춰 기업을 흔드는데 나서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국민 노후자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은 지난해에만 10조원가량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사실상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을 장악하고 있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을 지배한다면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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