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 교통정리…지배구조 재편 ‘잰걸음’

  • 뉴스1
  • 입력 2018년 11월 23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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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모스, 파워텍 합병결정에 이어 오토에버 IPO 추진
계열사 경쟁력 강화, 지배구조 재편 핵심과제 지렛대 역할도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뉴스1DB)/ News1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뉴스1DB)/ News1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교통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합병을 결정한데 이어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상장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사업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재편방안을 추진하다 주주 반대에 가로막힌 전례가 있다. 모비스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리고 글로비스는 덩치를 키우는 균형 잡힌 방식이었으나 사전예고 없이 추진하며 실패를 경험했다.

일련의 계열사 교통정리가 내년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재추진에 대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사업체질 개선 목적의 선행 작업이 이뤄지면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등 지배구조 재편의 핵심 과제를 추진할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23일 오토에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은 1조473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730억원이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오토에버는 정보시스템 개발 및 운영, 컨설팅 엔지니어링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등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 상장추진은 자동차 제조업과 IT를 결합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전략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강화하며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부문 역량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 오토에버 상장에 따른 지분차익이 그룹 순환출자 해소 및 승계에 필요한 실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확대해석에 가깝다. 오토에버 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 입장에서 상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지분차익 자체가 크지 않아서다.

현대오토에버 지분의 19.5%는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이다. 최대 주주는 현대차로 지분율은 28.96%다. 발행주식수는 200만주가량이다. 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지분가치가 나오지 않았으나 증권가는 1주당 15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를 적용한 정 부회장의 오토에버 보유지분 가치는 600억원 정도다. 공모가 확정 후 기업공개(IPO)가 이뤄져도 1000억원은 넘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계열사로 뿔뿔이 흩어진 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야 한다.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이루고 있는 모비스 지분매입에 필요한 자금만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오토에버 상장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지분차익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오토에버 상장이 다른 계열사 IPO의 지렛대가 될 수는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2.35%, 기아차 1.74%, 현대글로비스 23.29%, 현대위아 1.95%(290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1.72%(6200억원) 등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중 그룹 핵심인 현대·기아차 지분은 매각하기 어렵다.

결국 자금원이 될 수 있는 계열사는 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2곳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업공개 등으로 지분차익을 끌어올리는 게 가능하다. 그룹 순환출자 해소 및 승계자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오토에버 상장을 지배구조 개편의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덩치와 내실을 다져 주가를 견인하면 순환출자 구조 고리를 끊는데 활용할 수 있다. 현대다이모스·파워텍 합병결정이 변속기 전문 부품사 육성은 물론 계열사 이합집산의 신호탄으로 여겨지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그룹 지배구조 재편 방안을 재추진할 때 글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 분할·합병안이 다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서두르기보다 충분히 무르익을 때까지 선행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는 모습”이라며 “기본적으로 사업체질 개선, 경쟁력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는데 이는 시장과 주주설득을 이끌어내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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