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뚫린 증시…외국인 이탈 가속화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9일 21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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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이 깊어진 한국 증시의 시계가 2016년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347포인트(14.8%) 급락하며 힘없이 2,000 선이 무너졌다.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에 국내 대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내외 불안 요인들에 비해 국내 증시가 과도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시장 전체를 휘감은 공포가 투매를 부르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의 ‘셀 코리아’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기업 실적마저…증시 버팀목 사라져

29일 코스피 2,000 선이 붕괴된 것은 대내외 악재로 증시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기업들의 ‘어닝 쇼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K뷰티를 이끄는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급감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12.8% 곤두박질쳤다. 앞서 현대자동차도 지난해보다 76.0% 급감한 영업이익을 내놨다.

자동차와 화장품 등 한국의 수출을 이끌어 온 대표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증시에 대한 기대치까지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건설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다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나빠지고 있다”며 “국내 산업에서 기댈 만할 곳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날 바이오주 비중이 높은 코스닥지수가 5% 넘게 하락한 것도 이런 분석과 무관하지 않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들이 신성장산업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새로운 먹을거리 창출이 힘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증시를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증시가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요 증시가 하락할 때 외부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 급락하고, 이들 증시가 반등할 때는 힘을 쓰지 못하는 ‘외딴섬’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이날도 장 초반 1% 가까이 상승했던 코스피는 중국 증시가 하락 출발하자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서 결국 2,000 선이 무너졌다.


● 외국인 이탈 가속화 우려

반도체 홀로 국내 산업을 지탱하는 구조 속에서 고용, 투자, 소비 등 국내 경제지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커지고 있다. 박형중 대신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은 “아직 연간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10조 원가량 순유입 상태지만 다른 신흥국 대다수는 순유출로 돌아섰다”며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 그 충격파를 어떻게 이겨낼지가 향후 증시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급락이 기업과 가계의 투자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앞서 26일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99.5로 전달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한 소비자들이 그만큼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 급락이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워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증시 안정화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할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올해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늘리고, 증권 유관기관이 2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처방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인프라 투자 같은 대규모 부양책으로 외국인의 발걸음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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