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도 빌딩-상가 열풍… 부동산펀드 70조 몰려 사상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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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투자보다 세금부담 적어 인기”… 부동산펀드 작년 설정액 31% 급증
부동산신탁 수탁액도 233조 최대
당국, 10월 신탁사 신규인가案 발표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부동산이 유망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뭉칫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부동산펀드는 물론이고 부동산신탁 상품 규모가 잇달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 불안의 여파로 주식형 상품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 달리 부동산 상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는 안정적인 투자처로 꼽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부동산 금융상품 투자가 과열되거나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주택담보대출처럼 관리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 증시에서도 부동산 인기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69조9762억 원으로 70조 원에 육박했다.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015년 9월 말 33조4172억 원 이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다른 펀드와 비교해 보면 부동산펀드에 돈이 몰리는 속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부동산펀드 설정액은 30.9%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7% 증가하는 데 그쳤고 채권형펀드는 오히려 8.3% 감소했다.

저금리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이 수익률이 비교적 양호한 부동산펀드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 들어 주식형 및 채권형펀드의 성적이 저조해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부동산펀드로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부동산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국내가 1.39%, 해외가 3.68%였다. 반면 같은 기간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국내가 ―5.53%, 해외가 ―4.10%로 마이너스를 보였다. 채권형펀드 수익률도 국내가 1.75%, 해외가 ―1.90%에 머물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위원은 “부동산펀드는 직접투자보다는 세금 부담이 작아 자산가들이 선호한다. 직접투자에 비해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 금융 당국, 10년 만에 신규 신탁회사 인가

신탁업에서도 부동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신탁은 고객이 금융회사에 돈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면 해당 금융사가 알아서 이를 운용하거나 관리해 주는 방식이다.

6월 말 현재 부동산신탁 수탁액은 23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 전체 신탁 자산의 규모가 8.3% 증가하는 사이 부동산신탁 자산 규모는 14.8%나 늘었다. 이에 힘입어 부동산신탁회사의 순이익도 2014년 1482억 원에서 지난해 5047억 원으로 3년 만에 241%나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산가들이 수익성 높은 부동산 투자를 늘리며 건물 관리나 임대 등을 맡아주는 신탁사를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부동산신탁회사 신규 인가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2009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신규 진입이 없었다. 이에 따라 중대형 금융사들이 새로 뛰어들면서 부동산신탁 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상품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주택담보대출처럼 이들 상품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임원회의에서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적절한 감독 수단과 대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부동산펀드#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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