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직원들의 ‘망존심’으로 지켜낸 ‘애망빙’, 시그니처 메뉴로 우뚝

  • 동아경제
  • 입력 2018년 7월 26일 1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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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망빙.’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에 방문하면 꼭 먹어봐야 할 대표 메뉴가 있다. 여름만 되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애플망고빙수’의 약자 애망빙 후기가 쏟아진다.

20~3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는 비싼 제주산 애플망고를 풍성하게 쌓아 올려 여성 2~3명이 먹어도 충분한 양과 품격 있는 비주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망고빙수는 제주신라호텔과 서울신라호텔 1층 라운지 더 라이브러리(The Library)에서 만날 수 있다. 매번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망고 당도가 가장 올라가는 기간을 골라 판매하기 때문에 한정된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2008년 로컬 식자재 발굴 일환으로 시작된 애망빙

제주신라호텔은 지난 2008년 로컬 식자재 발굴 일환으로 제주도 애플망고 생산량의 총 80% 이상을 구입해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를 첫 선보였다. 제주산 애플망고의 독특한 매력과 품질 때문일까. 제주에서 애플망고빙수의 맛을 본 이들이 서울에서도 먹고 싶다고 요청했다. 고객들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자 2011년 서울신라호텔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신라호텔 직원들의 ‘망존심’으로 지켜낸 애망빙

올해 초 애망빙이 원가 문제로 없어질 뻔 했다. 애플망고는 저렴한 과일이 아니다. 과실이 무거워지면 가지가 꺾이지 않게 집게로 일일이 고정해야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며 키우는 데 돈도 많이 든다.

하우스 안을 연중 내내 열대기후처럼 데우기 위해선 유류비도 많이 들어간다. 3300㎡(1000평) 하우스를 적정온도인 20~25도로 유지하려면 면세유를 이용한다 해도 겨울 동안 연료비가 매달 1000여만 원이 든다.

서울신라호텔에선 지난달 1일부터 애망빙 한 그릇을 5만4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흔히 외식업계에서 ‘333’법칙을 말한다. 음식 가격에서 30%는 식재료비, 30%는 인건비, 30%는 임대료이며 나머지 10%는 수익이다. 애망빙 한 그릇엔 망고 한 개 반 가량이 들어간다. 서울의 한 대형백화점 식료품 코너에선 제주산 애플망고 1수에 특상품 기준 3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고 있다. 직접 만드는 팥고물과 우유, 아이스크림 등은 별도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매해 호텔 구매팀 총괄자가 제주도 농장을 방문해 최소한 14브릭스는 넘는 애플망고를 선별한다. 브릭스는 당도를 표시하는 단위다. 식품에서 추출한 시료 100g 속에 당도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측정해 표기한다. 테스트 후 그해 계약 농가를 정한다.

애플망고 가격이 해마다 올라 올해는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해야 할 상황이었다. 여름 디저트를 기획하면서 아예 없애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자 직원들은 ‘애플망고빙수 출시를 기다리는 고객을 저버릴 수 없다’ ‘가격이 비싸고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시그니처 메뉴를 계속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나섰다. 직원들이 신라호텔 망고빙수에 갖고 있는 자존심과 자부심, ‘망존심’은 대단했다.

애망빙은 서울신라호텔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평일 기준 150~200그릇, 주말 200~250그릇이 팔리고 있는 시그니처 메뉴다.

○애망빙을 지켜낸 ‘가격연동제’

직원들의 망존심과 고객들의 기대에 신라호텔은 고심을 거듭한 결과, ‘가격연동제’ 도입을 결정했다. 망고 가격과 빙수 가격을 연동하기로 한 것이다. 제주신라호텔에선 지난 3월 말부터 애망빙을 5만7000원에 판매하다가 4월 20일부터는 5만2000원으로 가격을 낮췄다. 본격적인 출하 시즌엔 망고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이다. 서울신라호텔에선 지난달 1일부터 5만4000원에 판매 중이다. 제주와 서울 두 곳 모두 다음달 31일까지 애망빙을 만나볼 수 있다.

동아닷컴 박지수 기자 jis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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