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영향력 세지는데 한국 전문가 극소수… 해외 투자자 대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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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3, 4명이 한국기업 도맡아
국내社는 역사 짧아 데이터 부족… “자문료 현실화로 역량 키워야”

국내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한층 더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 기업에 대한 주요 판단을 자문사에 위임하면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문사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부족하고, 글로벌 자문사들은 한국 사정을 제대로 모른 채 외국인투자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지적이 많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3곳이다. 일찌감치 시장을 키운 해외와 달리 국내 의결권 자문 시장은 2012년 조성됐다. 이 때문에 국내 자문사가 축적한 기업 데이터가 부족해 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국내 자문사 3곳에서 의결권 자문을 전담하는 인력은 30명이 채 안 된다. 필요할 때마다 외부 전문가를 조달하는 실정이다. 연간 수천 건에 이르는 주주총회 의안을 처리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를 활용하는 국내 연기금이 많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자문사로 꼽히는 ISS도 3, 4명의 인력이 1000개 안팎의 한국 기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문사들이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한국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에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들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자문사의 보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국민연금공단이 의결권 자문사에 지급한 자문 수수료는 기업 1곳당 12만5000원 수준에 불과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제대로 된 자문을 하려면 지배구조, 재무 전문가뿐 아니라 산업, 법률 전문가도 필요하다. 보수 체계를 현실화해 다양한 자문사들이 경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문사들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문사들이 담당하는 기관투자가 명단과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결과, 이해 상충 이슈 등을 담아 연간 보고서를 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자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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