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가 기부한 7500만 켤레 신발 중 5000만 켤레는 한국인 덕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8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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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스 최고경영자(CEO)인 짐 에일링 탐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탐스 최고경영자(CEO)인 짐 에일링 탐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국 소비자들은 탐스의 기부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분들입니다. 탐스가 아이들에게 기부한 7500만 켤레의 신발 중 5000만 켤레는 한국 소비자들이 도와주신 것입니다.”

10일 서울 종로구의 탐스(TOMS) 로스팅코 카페에서 탐스 최고경영자(CEO)인 짐 에일링 탐스(52·사진)를 만났다. 2015년 탐스의 CEO가 된 후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기부에 활발히 참여해 주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밝게 웃었다. 탐스는 신발 한 켤레를 팔 때마다 제3세계 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원 포 원(one for one)’으로 유명한 미국의 신발 브랜드다.

탐스 신발은 한국에서만 매년 30만 켤레가 팔리고 있다. 그는 “탐스의 출발지인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탐스에 대한 인지도가 제일 높은 시장이 한국”이라며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그에 따른 마케팅 방법을 배우려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소비 행위가 곧바로 기부로 이어지는 탐스의 기부 경영은 처음 론칭하던 2006년부터 사회적 책임을 지는 기업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한 때 이를 두고 탐스의 기부 때문에 해당 지역의 산업 구조가 망가진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신발을 무료로 나눠주는 바람에 제3세계의 제조공장 등이 문을 닫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탐스는 신발을 기부할 지역에 기부용 신발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고 그곳의 사람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에일링 씨는 “탐스의 기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 우리의 기부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했다”고 말했다.

탐스가 ‘기부 소비’라는 스토리텔링으로 12년 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원 포 원’ 모델을 벤치마킹 하는 기업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에일링 씨는 “100개 이상의 유통 회사들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하고 있지만 우리의 노하우를 뺏겼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오히려 모방 기업이 더 늘어나 기부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다는 탐스는 최근 기부 범위를 넓히기 위해 커피와 가방 등도 판매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된 로스팅코 역시 탐스의 커피와 신발을 함께 파는 카페 형식의 매장이었다. 탐스는 지금까지 커피를 판 수익금으로 식수가 부족한 곳에 6300만L의 물을 기부했다. 가방을 판매해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인 산모 17만5000명에게 출산 도우미를 지원하기도 했다.

탐스의 기부는 제3세계 뿐 아니라 선진국의 대도시로까지 손을 뻗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에 여성 노숙인을 위한 보호 쉼터를 만들었다. 가난한 나라에만 기부가 필요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탐스는 현재 한국을 위해서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에일링 씨는 “우리 제품을 사랑해 준 소비자들이 살고 있는 사회에 수익을 환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탐스가 단순한 신발 가게가 아닌 동반자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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