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산업은 미래 먹거리… 병원을 창업 메카로 활용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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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문을 연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 한 창업기업인이 방문해 특허와 인허가와 관련한 상담을 의뢰하고 있다.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제공
지난달 20일 문을 연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 한 창업기업인이 방문해 특허와 인허가와 관련한 상담을 의뢰하고 있다.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 제공
미국 하버드대 의대 부설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은 미국에서 병원 규모로는 3위지만 연구비 규모로 세계 1위인 연구중심병원이다. 이 병원을 중심으로 보스턴 일대엔 ‘메디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MGH는 연간 140여 건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 사업화한 기술은 총 17개로, 병원은 기술료 수입으로 6300만 달러(약 672억 원)를 거둬들였다.

또 병원의 연구 성과로 50여 개의 기업 창업이 이뤄지는 등 MGH를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MGH가 임상연구 결과를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대형 제약사가 인프라를 제공한 덕이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다시 연구자금으로 쓰이는 등 산학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결과다.

보건산업은 세계적인 경기 둔화에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가 매우 높은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글로벌 보건의료산업(제약, 의료기기, 화장품, 의료서비스) 시장은 약 9조4000억 달러 규모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2% 성장해 2022년에는 12조7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용유발계수는 16.7명으로 전 산업 평균(8.7명)보다 약 2배 높다.

병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의료진들은 보건의료기술의 전문가이자 수요자이기도 하다. 보건산업분야 창업을 진행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병원을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서울아산병원 김종재 연구원장은 “병원을 중심으로 창업을 활성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산병(産病)협력단’을 만들면 병원 의사를 포함한 연구 인력들의 우수 성과물을 창업으로 연결할 수 있고, 그 수익을 병원의 연구개발 및 기술사업화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산병협력단을 통해 보건의료산업 창업이 활성화하면 젊은이들에게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병원은 자신들이 보유한 연구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건산업분야 창업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고, 이를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를 통해 의료비 절감뿐 아니라 국가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엄보영 본부장은 “선진국에서는 병원을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가 형성돼 창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우수한 기술의 혁신창업을 장려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도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보건산업#한국보건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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