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알뜰폰… 가입자 이통3사로 이탈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작년 4분기 번호이동 순감 8129명, 이통3사는 실적 호조에 혜택 늘려
우정사업본부 “알뜰폰 판매 확대”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갈아탄 가입자가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보다 4개월 연속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로 알뜰폰 요금 경쟁력이 약화되는 반면에 이통사들은 각종 혜택을 늘리며 ‘부익부 빈익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6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알뜰폰 번호이동 순감은 8129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는 16만4388명이지만, 반대의 경우가 17만2517명으로 더 많았다. 알뜰폰 이탈자가 더 많은 현상은 지난해 7월(3857명 이탈)부터 시작됐지만 8월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지도 등으로 3분기(7∼9월) 순감은 700명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정부가 이통 3사의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린 9월(15일) 이후 알뜰폰 고사 우려가 숫자로 증명된 셈이다.

문제는 알뜰폰 위축 현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6일 우정사업본부가 뒤늦게 알뜰폰 판매점을 현재 1500개에서 상반기(1∼6월) 1800개로 늘리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유통 확대는 가장 쉽게 내놓을 수 있는 미봉책”이라며 “3세대(3G) 음성에서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중심으로 변화한 이통시장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의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 이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됐던 이통 3사의 실적은 오히려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통신 3사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한 8427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통신사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각종 혜택을 확대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부터 8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에게 11만 원대에 상응하는 혜택(매월 40GB 데이터 제공)을 주고 KT도 2일부터 8만, 10만 원대 요금제에 1만 원가량의 콘텐츠 서비스를 추가로 얹어주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선택약정 위약금 유예 기간을 사실상 없앤 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반면 알뜰폰은 그나마 있던 요금제 혜택도 축소 중이다. 알뜰폰 최대 사업자인 CJ헬로는 지난해 12월 월 3만3000원에 음성·데이터·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10GB 33’ 요금제 가입을 중단했다. 미디어로그는 2016년부터 3만 원대에 프로모션하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16일부터 정상요금(6만 원)으로 올렸다. 에스원 안심 모바일도 올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3만 원대에서 4만 원대로 인상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에 아예 사업을 종료했다.

알뜰폰업계는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각자도생하고 있다. 최근 알뜰폰협회에 탈퇴서를 낸 CJ헬로는 블랙베리 키원을 단독 출시하고 학생 전용 단말기인 ‘EBS 열공폰’을 선보였다. KT엠모바일은 롯데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요금제를 11일 내놓았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알뜰폰#가입자#요금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