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부동산시장 결산]규제와 과열로 냉·온탕 오갔다

  • 동아경제
  • 입력 2017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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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출범 후 쏟아진 규제, 시장 안정화 효과 미미
-8.2대책·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도 살아난 강남 …지방은 마이너스P 쏟아져
-실수요자·투자자 ‘똘똘한 한 채’에 올인, 양극화 현상 심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자료:동아일보DB)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자료:동아일보DB)

올 한해 부동산시장은 혼돈과 양극화 양상이었다. 새 정부 출범 후 고강도 규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졌지만 서울 강남 등 인기 지역은 오히려 과열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지방은 규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주춤하다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부의 대책이 시장의 혼란을 가져오면서 이른바 ‘되는 곳은 된다’는 식의 쏠림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출범한 정부는 청약 조정대상지역에 한해 전매제한기간을 확대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과열된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역대 가장 강도 높은 규제로 불리는 ‘8.2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8.2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고,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를 비롯한 서울 시내 11개 자치구는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됐다.

성남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추가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9·5 부동산대책’도 내놨다. 10월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강화하는 신 DTI를 담은 ‘10·24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 나왔고, 연간 20만호씩 5년 간 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고 신혼부부와 청년층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내용의 ‘11·29주거복지로드맵’도 이어졌다.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을 유도한 ‘12·13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까지 포함하면 7개월 동안 6개의 대책이 쏟아진 것이다.

○더 거세진 서울 부동산시장 광풍… 수도권-지방 양극화 심화


각종 규제로 서울 주택시장이 움츠러들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8.2대책 이후 얼어붙었던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강남3구의 아파트값은 전년 동월 대비 14% 올랐다.

반면 지방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경남(-0.13%), 충북(-1%), 울산(-0.35%)의 아파트값은 지난해 대비 하락했다. 경북과 충남 지역 집값은 각각 0.36%, 1.32% 오르는 데 그쳤다. 2014년부터 수년간 공급 과잉이 누적된 데다 지역 기반의 산업이 침체되면서 주택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분양시장도 지역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서울과 부산, 대구 등 인기 지역은 청약 광풍이 분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단지가 속출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13.03대 1로 지난해(14.35대 1)보다 소폭 낮아졌고, 지역별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지방에선 대구가 81.29대 1로 가장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고 부산(54.45대 1), 세종시(48.57대 1), 대전(20.16대 1), 광주광역시(17.57대 1) 순으로 높았다. 서울도 평균 14.77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지역은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고, 충남은 0.61대 1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참여정부 리턴… 다주택자에 “살지 않는 집 파시라”


정부가 양도세 중과,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 등 당근과 채찍을 내놨지만 다주택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초 다주택자들의 자발적인 등록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취득·보유·양도소득세 감면 확대가 빠졌기 때문이다.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집을 2채 이상 갖고 있는 사람이 서울과 수도권, 세종, 부산 등 청약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거래할 경우 양도소득세율이 올라간다. 2주택자는 10%,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기존 양도세율에 20%가 더 붙어 부담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강남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시세가 10% 안팎으로 급등하는 등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 수도권 외곽 주택을 처분하고 ‘알짜 한 채’만 남기려는 다주택자들로 인해 강남 주택시장이 더욱 과열될 가능성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곳을 찾다 보니 서울의 경우 강남 쏠림현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내년부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작되지만 해당되지 않는 물량도 있기 때문에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수요자들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올해 관리처분 신청을 한 강남 재건축 단지는 이주 멸실 과정을 거치면 내년 하반기에 신규 분양이 나올 것이므로 분양 시장이 강남 위주로 흘러갈 것”이라면서 “경기도나 지방 중소도시는 입주물량이 과도하게 많은 곳은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약세를 보이겠으나 입지가 좋은 곳이나 역세권은 여전히 수요자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아닷컴 이은정 기자 e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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