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해외법인 영업 활발할수록 자율경영이 효과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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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려워진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을 반영해 한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글로벌 사업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한 업체는 세계 10개국에서 35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본사 중심의 사업조직을 운영하다가 이제는 권역별 자율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본사가 갖고 있던 전략 수립, 생산, 판매 등의 권한과 책임을 과감히 지역본부에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에 현장에 더 많은 주도권을 주고, 더 기민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해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업체의 결정은 옳은 것일까? 해외법인 혹은 자회사가 해당 지역의 경영을 총괄해야 하는지, 혹은 해외법인이나 자회사는 본사의 대리인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이와 관련해 최근 캐나다 웨스턴대 연구진이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 458개를 대상으로 포괄적인 연구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영업 활동이 활발하고 특정 국가에 활동이 집중될 경우엔 해외법인의 자율경영 모델이 더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지역에 특화된 정보를 처리하고 수행하는 데 자율경영 방식이 대리인 모델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 국가보다는 지역 전반(예를 들어 유럽 지역, 동남아시아 지역 등)에 대해 광범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엔 해외법인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본사로부터 유기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 편이 더 나았다.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별로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해당 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정보가 충분히 쌓인다면 현지법인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나 중동처럼 해외 진출 역사가 짧은 지역에서는 본사와 해외법인 간 유기적인 관계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무작정 다른 기업의 추세를 좇을 게 아니라 자사의 권역별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특히 세계 시장이 어려울수록 본사와 해외법인 간 적절한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해외법인#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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