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에, 여자니까 쉽게”… 대부업체 자극적 대출광고 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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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년부터 대부업 감독 강화
청년-고령층 소액대출도 소득 심사… 채무자 신용상태 반드시 조회해야
일각 “사채 시장으로 풍선효과 우려”

김모 씨(26·여)는 지난해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했다. 한 달에 80만 원가량을 받았다. 하지만 일하던 식당이 갑작스레 폐업했고 김 씨는 수입이 끊겼다. 생활비에 허덕이던 그는 급한 대로 대부업체를 찾아 300만 원을 빌렸다. 얼마 후 원금은커녕 연 25%가 넘는 이자도 감당 못 한 김 씨는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앞으로 김 씨처럼 상환능력이 없는 29세 이하 청년이나 65세 이상 고령층은 소액이라도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 그동안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때 300만 원 이하는 소득·채무 확인을 면제해줬는데 금융 당국이 이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업 전체 대출자 중 60% 이상이 300만 원 이하 소액 대출자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부업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라 앞으로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는 게 까다로워진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회사처럼 대부업체도 상환능력 심사를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등록 대부업자는 앞으로 대출 심사를 할 때 무조건 채무자 신용조회를 해야 한다. 상위 대부업체 10곳은 내년 중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도입한다. 금융위는 2019년까지 대부 규모 1000억 원 이상 업체까지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대부업자가 약관으로 불리한 조건을 적용하지 못하게 당국이 감독하기로 했다.

대부업 광고 규제도 강화된다. ‘당장’, ‘단박에’, ‘여자니까 쉽게’ 등 과도한 대출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금지했다. 또 같은 광고를 두 번 연속 방영하는 ‘2회 연속 광고’를 금지하고 오후 10시∼밤 12시 주요 시간대에 하루 광고 총량의 30% 이상을 방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대보증도 폐지한다. 다만 법인대표나 저소득층의 병원비, 장례비 등 긴급자금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대보증 폐지는 일단 행정지도 형태로 하지만 금융위는 향후 이행 여부를 봐 가면서 아예 법제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복잡했던 대출 중개 구조도 개선한다. 다단계 중개를 금지하고 중개업자는 한 단계만 거치게 했다. 또 중개수수료는 현행 최대 5%에서 4%로 내린다. 다단계 중개를 금지한 것은 실질 대출 금리를 내리고 대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채권추심업의 자기자본 요건은 3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리고 직원 수도 상시 5명 이상을 두도록 했다. 자격 미달인 소규모 업자들의 무리한 채권 추심을 막기 위한 조치다.

대부업계 등 일각에선 이 같은 정부 대책이 풍선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부업체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주식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상환능력이 없는 차주들에게 고금리 대출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채무 조정이나 복지 정책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대부업체#대출광고#여자#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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