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막았지만… KB금융, 노조 리스크 가시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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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주총서 윤종규 회장 연임 확정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KB금융지주의 임시 주주총회 시작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주총장에 주주들이 몰려들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일부 노조원과 주주들 사이에서는 주총 진행 방식을 두고 고성이 오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및 KB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의 선임 여부가 조금 있으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표 대결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고 사외이사 선임이 부결되면서 이번 주총은 KB 경영진의 완승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친(親)노조적인 정부를 등에 업은 금융권 노조의 경영 개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국민연금 힘 받아 노조 경영 개입

이날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찬성 주식 수 비율이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대비 13.73%, 출석 주식 수 대비 17.73%로 부결됐다. 가결 요건인 발행주식 총수 대비 4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식 수 대비 과반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노조가 제안한 ‘이사회 내 6개 위원회에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배제하자’는 제안도 부결됐다.

주총에서 부결된 노조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노동 이사제(노동자 대표가 기업 경영에 참여)’와 유사하다.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도 찬성 의사를 밝히며 논란이 됐다. 하지만 KB금융 주주의 과반을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를 설득하지 못해 노조는 주총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이날은 노조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지만 앞으로도 노조의 경영 개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의결권 지분이 0.1% 이상이면 주주제안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0.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 노조도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건을 내는 게 언제든지 가능해진 것이다. 내년 3월 KB금융의 현직 사외이사 대부분의 임기가 만료되면 노조가 또다시 주주제안에 나설 수도 있다.

이날 주총이 끝난 뒤 윤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조의 생산적인 얘기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일정 부분은 설득하겠다”며 다만 “(노조는) 해당 사외이사 선출을 통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KB금융지주는 노조 제안과는 다른 방식의 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람을 사외이사 후보 풀에 올린 뒤 검증을 거쳐 선임하는 방식이다.

○ 다른 금융회사도 노조 영향 가시화

다른 금융회사도 이런 정권 및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날 순 없다.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국내 금융그룹의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 또 회사별로 노조 조합원이 상당수인 우리사주조합이 △우리은행 5.35% △신한금융지주 4.73% △하나금융지주 0.8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제안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하나금융지주도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하나금융 노조는 9월 이상화 전 본부장의 특혜 승진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제재를 요청했다. 김 회장과 함 행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그간 금융회사들의 제왕적 최고경영자(CEO) 문화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노조와의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글로벌 사업 강화와 디지털 뱅킹 강화, 자산운용 경쟁력을 강화해 아시아 리딩뱅크로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kb국민은행#노동이사제#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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