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日은 마트 영업시간-휴일 규제 없애는데… 한국만 뒷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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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유통산업 규제 비교’ 보고서
佛, 일요일 영업제한 완화로 유턴
日, 유통출점-영업시간 제한 폐지
韓, 복합 쇼핑몰로 규제 확산 조짐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1일 오전 10시 반. 프랑스 파리 시청 옆 BHV백화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오전 11시 개점을 앞두고 파리 시청과 노트르담 대성당을 둘러본 관광객들이 기념품 쇼핑을 하기 위해 줄을 선 것이다. 과거 파리의 일요일에는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이날 오후 파리 최대 백화점 갤러리라파예트 역시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이 백화점은 1층 화장품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해당 매장이 아닌 메인 계산대에서 돈을 지불하게 돼 있다. 메인 계산대 앞에는 2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은 “중국 명절(국경절) 덕에 관광객이 더 늘었다. 관광객은 요일 구분 없이 쇼핑을 즐기니 일요일에도 사람이 많다”고 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이 백화점들은 일요일에 문을 닫았다.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는 노동자들이 주일인 일요일에 쉴 수 있도록 소매점포의 일요 영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2015년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으로 인해 올해부터 파리 관광지역 갤러리라파예트, 봉마르셰, 프랭탕 등 주요 백화점은 일요 영업을 시작했다. 테러리즘으로 관광객이 줄고 소매 경제가 위축되자 규제 완화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6일 ‘프랑스·일본 유통산업 규제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냈다. 프랑스와 일본의 경우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데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담았다. 선진국은 관광, 도시 기능 개선 사업으로 유통업을 바라보고 규제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중소상인 보호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유통업계는 일요 영업을 반기고 있다. 올 초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갤러리라파예트는 “일요 영업으로 52일 영업일수가 늘어나 오스만 본점 하나로만 일자리 1000여 개, 매출 5∼10%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백화점 직원의 92%는 일요 영업에 찬성해 왔다.

일본은 최근 도시기능 개선 및 재생 차원에서 유통 출점을 독려하고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일본은 1973년부터 ‘대규모 소매점포에 있어서 소매업의 사업 활동의 조정에 관한 법률’(대점법)을 통해 유통 출점, 영업시간 등을 제한했지만 2000년 폐지했다. 그 대신 ‘대규모 소매점포 입지법’(대점입지법)을 도입했다.

국내 유통업 관련 규제는 반대로 강화되는 추세다. 정부 및 여당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도 월 2회 일요일 영업을 금지하고 출점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규제 목적은 중소상인 보호다.

이 때문에 소비자 후생과 도시 재생에 따른 사회적 후생은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케아 광명점, 스타필드 하남 및 고양. 신세계 시흥 프리미엄아울렛 등 최근 3년 동안 생긴 복합쇼핑몰은 신도시 개발과 맞물려 생겼다.

유통 규제가 한국 유통업의 생산성 진보를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기환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유통산업의 낮은 생산성을 고려해 볼 때 업체 간 형평성 제고만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프랑스#일본#유통산업#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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