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1200조 원 글로벌 제약시장을 잡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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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업계 과감한 R&D투자
최근 5년간 연평균 10.7% 성장
29개 신약 개발 기술 이전 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정부 예산 20% 이상 투입해야


정부는 7월 ‘100대 국정과제 보고’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형 신산업 발굴을 위해 제약·바이오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핵심기술 개발, 인력 양성,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제약,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정부는 왜 제약산업에 주목했을까. 신산업을 선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약산업은 사실 오래전부터 고부가가치 산업군으로 꼽혀 왔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미 관련 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1200조 원에 달한다. 400조 원 정도인 반도체산업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제약 관련 글로벌 시장은 2005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6%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왔다. 특히 남미, 중국, 동남아 등은 12%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의약품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한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고령화 현상도 제약산업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업계는 2021년까지 글로벌 시장 규모가 17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7% 성장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체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면서 “제약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규모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은 우리 제약업체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은 1999년에야 1호 신약을 선보였다. 글로벌 시장의 후발 주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2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29개의 국내 자체 개발 신약을 탄생시켰다. 대다수가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원천기술조차 없던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이전하며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제약산업은 이번 정부의 최대 과제인 ‘일자리 창출’ 기여도도 높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제약 분야는 제조업 대비 2배 이상 고용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의 90%가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정규직 확대라는 정부 기조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청년 고용 비중도 5년간 평균 45.5%로 전 산업군 중 가장 높다.

그러나 제약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선진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지원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최소 1조 원 이상이 든다. 그런데 현재 국내 제약업계 전체에 투입되는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은 1조8000억 원 수준이다. 그 중 정부 예산은 2000억 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인 노바티스, 로슈 등이 연간 10조 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투입 예산을 최소 전체 예산의 20% 이상까지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얀센, UCB 같은 다국적 제약사를 둔 벨기에는 연간 국가 R&D 예산 총액의 약 40%를 제약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연구 집단에 대한 지원도 활발하다. R&D 집단의 원천징수세와 특허세를 최대 80%까지 면제해주고 혁신 활동에 대한 지원금 등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세계 9위의 제약사 테바(Teva)를 탄생시킨 이스라엘은 정부 승인 과제에 소요 예산의 20∼50%를 국가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최근 화두가 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제약 IT기업과 이화학연구소, 교토대 등 산학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에 특화된 AI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담당 부처를 일원화해 제약산업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담당 부처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사업이 중복되고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효율성이 떨어졌다”면서 “중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산업 육성을 위해 주력 부처를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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