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달’ 동네영업 옛말… 대형 택배社도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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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반찬 등 취급 스타트업들… CJ대한통운 위탁배송 서비스 이용
배송 영토 확장… 매출 급상승
홈쇼핑도 서비스 뛰어들듯

아침에 문만 열면 빳빳하게 다린 셔츠가 기다리고 있다. 새벽 배송 시장은 ‘위클리셔츠’의 셔츠 세탁 서비스 같은 비식품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위클리셔츠 제공
아침에 문만 열면 빳빳하게 다린 셔츠가 기다리고 있다. 새벽 배송 시장은 ‘위클리셔츠’의 셔츠 세탁 서비스 같은 비식품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위클리셔츠 제공
스타트업 위클리셔츠의 김태현 대표(35)는 창업 전에는 일 년 내내 셔츠를 입고 출근해야 하는 은행원이었다. 계절별로 셔츠를 사고 빨고 다리던 끝에 ‘누가 그냥 아침마다 그날 셔츠를 갖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 4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정기 사용료를 내면 새벽에 집 현관문에 빳빳이 다려진 셔츠를 걸어주는 위클리셔츠 서비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회원 수가 월평균 40%씩 늘어 10월엔 월매출 1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벽에 현관문 앞으로 와이셔츠를 비롯해 아침밥, 과일주스까지 갖다 주는 새벽배송 틈새시장이 커지고 있다. 간편식 배달로 소규모 업체들이 직접 배송을 하며 시작된 새벽배송 서비스는 품목과 물량이 늘어나면서 대형 운송업체가 참여하는 시장이 됐다. 대형 유통기업도 새벽 배송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달부터 위클리셔츠와 풀무원 계열 올가홀푸드 등 3개사의 새벽배송을 새롭게 위탁받아 서비스하고 있다. 4월부터 택배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현재 고객사가 30여 개로 늘었다. 대형 운송업체가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관련 사업이 더 활기를 띠고 있다.

위클리셔츠는 CJ대한통운에 일부 물량을 위탁하면서 서울을 벗어나 경기권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수 있었다. 청년푸줏간, 스퀴즈빌리지 등 1, 2인 가구의 식탁을 겨냥해 창업한 스타트업들도 CJ대한통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청년푸줏간은 ‘고기반찬’을 사업 아이템으로 해 가열 조리만 하면 먹을 수 있는 양념삼겹살, 닭갈비 등을 새벽에 배송한다. 스퀴즈빌리지는 채소, 과일만 착즙해 만든 주스를 출근 전에 마실 수 있도록 가져다준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소규모로 직접 배송을 하던 업체들이 물량이 늘어나자 CJ대한통운에 배송을 맡기기 시작했다. 대형 운송업체에서는 새벽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감이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주문 새벽배송을 도입했던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찬(전 배민프레시) 서비스는 현재 1000여 가지 반찬을 새벽에 배달하고 있다. 최근 1년 새 주문량은 10배가량 늘어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에 약 3300m²(1000여 평) 규모의 전용 물류센터를 짓기도 했다.

2015년 시작해 ‘강남 엄마 필수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불리는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서비스 ‘샛별배송’도 급성장 중이다. 식재료에 민감한 영·유아 부모들의 장바구니를 겨냥해 유기농 과일과 채소, 고급 유제품과 베이커리 등 프리미엄 식품을 새벽에 배송한다. 올해 8월 기준 월매출은 50억 원으로 전년 동기(20억 원) 대비 150% 늘었고 배송건수는 9만 건으로 같은 기간 세 배로 뛰었다.

새벽배송 수요가 뚜렷해지자 유통업계와 홈쇼핑업계도 점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GS리테일의 온라인몰 GS프레시는 6월 식재료와 베이커리 위주로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3개월 만에 주문 건수는 300% 늘었다. 롯데홈쇼핑도 10월부터 평일 장보기가 여의치 않은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오전 1∼7시 새벽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아직까지 식품 위주로 새벽배송 시장이 초기 형성되는 단계지만 향후 어린이 학습지 등 비식품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도 폭넓게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새벽 배달#택배사#cj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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