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공기업 혁신 위해선 정부 통제 최소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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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소유권과 통제권을 행사하는 기업이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공공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고 생산성, 수익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든 공기업은 방만한 경영, 높은 부채 비율, 낮은 업무 효율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한국에서도 공기업 혁신을 위해 많은 시도가 이뤄졌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공기업은 늘 사기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을까. 공기업 혁신을 위해 정부가 얼마나 나서야 할까. 경영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공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가 과감히 지원하고 간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가급적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최근 중국에서 진행됐다. 홍콩대와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대 연구진은 중국 제조업체 중 2235개 공기업과 647개 준공기업, 9407개 사기업을 분석했다.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했던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기업이 정부로부터 얼마나 지원 혹은 지시를 받았는지, 이것이 얼마나 혁신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분석 결과는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기업이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데 정부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그런 역량이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데에는 정부의 간여가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만 정부가 공기업을 충분히 시장 경쟁에 노출시키고 소수 지분만을 보유할 경우 성과도 어느 정도 나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사기업의 시장 횡포에 맞서 공기업과 정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비효율, 주인의식 결여, 리더십 부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은 필요한 자원을 원활히 배분하는 일에 국한돼야 한다. 기업에 대한 통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제도 개선에 매진해야 한다. 혁신에 관한 한, 시장의 논리에 그 해결을 맡겨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공기업#혁신#정부#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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