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지정으로 해외진출-인수합병 타격” 네이버 주장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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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속한 결정 등 되레 리더십 안정감”
IT업계 “제조업과 달리 기업 이미지에 민감”

총수가 있는 국내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까.

총수 일가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낙인이 찍혀 해외시장 진출과 인수합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입장과, 총수 기업은 빠르고 과감한 의사 결정 등으로 리더십을 갖춘 기업으로 인식돼 인수합병이나 글로벌 공략에 더 유리하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총수 기업에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저평가)’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이와 같은 해묵은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네이버를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를 동일인, 즉 총수로 분류하면서부터다.

네이버는 이번 지정에 앞서 공정위 측에 ‘총수 기업은 총수 일가의 재산을 부당하게 축적하고 불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는 인식이 강해 글로벌 공략과 해외기업 인수합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총수 기업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유럽에서 조세회피 등으로 반(反)구글 정서가 일면서 네이버가 성장할 기반을 닦고 있는데, ‘네이버=총수 기업’이 되면 또 다른 불리한 정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공정위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일축했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총수 있는 기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는다면) 삼성이나 현대의 투자 활동도 잘 안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당장 삼성에서 총수가 부재 상태라면 해외 사업에 차질이 불거질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정점에 있는 총수라는 존재는 기업 리더십에 안정감을 주고 글로벌 사업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재벌과 총수 규제에 힘써 온 공정위 측 설명으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 총수와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재벌은 의미가 현격히 다른데, 네이버가 이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인식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김정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기업 이미지는 총수가 지정됐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운영 행태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 기반의 다른 국내 대기업과 달리 인터넷 기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털 서비스는 사용자가 바꾸는 데 드는 비용(switching cost)이 전혀 없어 기업 이미지에 따라 수시로 판도가 뒤집히는 사업인 만큼, 기업 이미지 관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기존 총수 규제와는 별개로 인터넷 업체라는 새로운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를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네이버#해외진출#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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