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우리가 뭘 놓쳤나 돌아보자” 내부 다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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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사내방송 출연해
“환경변화 둔감하지 않았나 반성”

사드보복에 中매출 급감 위기속
新시장 개척-혁신 노력 등 강조

“분명히 문제는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K뷰티’ 확산을 등에 업은 아모레퍼시픽의 무한질주가 잠시 멈칫하고 있다.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본격화하면서부터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4∼6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나 급감했다. 그러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54·사진)은 위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았다.

3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서 회장은 1일 오전 사내방송에 출연해 “올해 회사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는 어려움이 꼭 밖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 3년간 관광객이 늘며 회사가 성장한 와중에 우리가 무언가 놓치고 있던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자”고 당부했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 등 외부 요인 덕분에 매출이 급성장한 뒤 자신을 포함한 임직원들이 미래를 위한 혁신에 소홀했던 데 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 회장은 보통 매월 초 사내방송에 출연해 ‘정기 조회사’라는 형식으로 임직원들에게 고객중심 경영, 혁신의 중요성 등을 강조해 왔다. 이날 메시지는 중국 사드 보복의 영향이 실적으로 입증된 후 처음 나온 것이어서 회사 안팎에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서 회장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자)로의 고객층 이동, 모바일 유통 시장의 성장 등 경영환경의 급격한 변화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고객의 특성과 환경의 변화에 둔감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보게 된다. 또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도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반문한다”고 했다.

서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같은 개척자가 돼 주길 주문했다.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 개념을 도입한 동인도회사는 1602년 탄생했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1700년 무렵 22개 해외 지사와 2만3000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 회장은 “대항해 시대 바다를 개척한 동인도회사처럼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러분(임직원)이 새로운 문화를 세상에 전파하는 주인공이 돼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변화가 많은 세상에서 회사도 어려움을 맞이했을 때는 모든 구성원이 더 단결하고 친밀히 소통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저 또한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늘려 가겠다”고 약속했다.

재계에서는 서 회장이 이처럼 내부 다잡기에 나선 것은 중국발 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은 조기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개별 기업 입장에서 해소하긴 어렵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 떠난 고객들을 다시 끌어오는 것은 새 시장을 뚫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실적 악화로 10여 년 만에 상반기(1∼6월)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기로 해 임직원들의 사기 저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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