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약국 같은 칵테일바… 안 어울리는 조합으로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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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성 없는 연결 ‘이연연상’
전혀 다른 분야 결합하는 시도가 새로운 시장-고객 창출할 수 있어

1990년부터 공식 집계된 올림픽 개막식 방송 중 우리나라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대회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이다. 당시 시청률은 생방송과 재방송을 합해 52%에 달했다. 국민 중 절반이 개막식을 본 셈이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대 점화 장면은 특히 큰 감동을 줬다. 이전까지 계단이나 승강기를 이용해 성화대 상단으로 올라가 불을 붙였다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는 불화살을 쏴서 점화하는 기발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수많은 관중이 숨죽이고 지켜보는 가운데 장애인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인 안토니오 레볼로가 어두운 하늘을 향해 불화살을 날려 성화대의 불꽃을 밝히는 순간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장면은 최근까지도 올림픽 성화대 점화 이벤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는 직전 올림픽이었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이 같은 시도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 세계 최고의 양궁 실력을 자랑하는 국가인데도 왜 이런 생각을 해내지 못했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우리가 올림픽 성화대 점화에서 양궁을 생각해내지 못한 이유는 성화대 점화와 양궁을 ‘연결(connection)’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성화대 점화와 양궁은 외견상 연관성이 없다. 창의성 분야에서는 외견상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요소를 연결해 연상하는 것을 이연연상(二連聯想·bisociation)이라고 한다.

이연연상에는 크게 강제연결법, 형태강제연결법, 형태분석법이 있다. 먼저, 강제연결법은 아이디어를 구하고자 하는 대상과 별개인 외부 요소들을 강제로 연결하는 연상법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끈 약국 콘셉트의 칵테일 바가 좋은 예다. 이 칵테일 바는 약국과 술집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소를 연결했다. 약국을 테마로 한 이색적인 인테리어에 약사 가운을 입은 종업원들이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흥미로운 광경이 더해져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연연상의 또 다른 방법인 형태강제연결법은 대상의 속성 유형들을 나열해 결합시키는 방법이다. 식품회사를 예로 들면,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식품의 형태, 식재료, 판촉을 위한 핵심 특성, 제조방법, 포장방법 같은 주요한 속성들을 나열하고 이를 연결해 신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코노피자는 형태강제연결법을 활용해 식품의 포장방식을 바꾼 대표적 예다. 코노피자는 원판형 피자가 혼자 먹기에는 너무 크고, 들고 다니면서 먹기도 어렵다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스크림 콘 모양의 피자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이연연상 중 마지막 방법으로 형태분석법이 있다. 형태분석법은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대상과 관련된 두 가지 특성을 결부하는 방법이다. 보디케어 제품의 경우 사용 부위와 기능이라는 두 가지 차원의 특성 여러 가지를 나열한 후 이를 결부시켜 신제품 아이디어를 구하는 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패션 가발을 들 수 있다. ‘헤어 보톡스’란 제품으로 유명한 기업인 시크릿우먼은 한물간 가발을 패션용 제품으로 바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머리숱이 없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이었던 가발에 패션이라는 기능을 결부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낸 것이다.

박영택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ytpark@skku.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이연연상#개막식#칵테일바#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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