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고전하는 스위스 명품시계, 한국선 잘나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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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계시장 수출 9.9% 줄었는데 예물 수요 큰 한국선 3.7% 늘어
최근엔 ‘재테크용 구입’도 활성화… 주요 백화점 박람회 잇따라 개최

글로벌 시계 시장이 위축됐지만 국내 명품시계 시장은 성장세다. 이런 추세에 주목한 주요 백화점이 명품시계를 전시, 판매하는 미니 박람회를 잇달아 연다.

현대백화점은 28일부터 ‘명품시계 박람회’를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경기 판교점(8월 28일∼9월 17일)과 서울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8월 28일∼9월 3일)에서 열린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강남점에서 25∼31일 시계 박람회를 운영한다.

시계업계는 보통 매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스위스 국제 고급시계박람회(SIHH)와 3월 바젤월드에 신상품을 전시한 뒤 하반기(7∼12월) 판매에 나선다.

이정환 현대백화점 워치&쥬얼리 바이어는 “9, 10월은 시계 신상품이 나오고 예비 신혼부부가 시계를 구매하는 시기라 600억 원 규모의 박람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백화점 박람회에는 시계 애호가의 눈길을 끄는 ‘시그니처 제품’이 전시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압구정본점에서 오데마 피게의 10억6000만 원대 ‘레이디 로열 오크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520개의 바게트 컷(기다란 사각형) 다이아몬드가 장식돼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브레게의 ‘클래식 7147’(2600만 원대)’과 위블로의 ‘골드 화이트 풀 파베’(7000만 원대)’를 단독으로 준비했다.

스위스산으로 대표되는 시계 업계는 2014년부터 위축되고 있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수출은 2015년과 2016년 각각 전년 대비 3.3%, 9.9% 줄어들었다. 중국의 강력한 반부패 정책과 스마트워치붐이 시계산업에 타격을 입혔다는 분석이다. 올해 1∼7월은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했지만 기저효과 덕분이라는 해석이다. 스마트워치와 직접 경쟁 중인 200스위스프랑(약 23만 원) 이하 저가 시계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다.

한국은 다르다. 전체 수출이 10% 가까이 줄어든 지난해에도 스위스 시계의 대(對)한국 수출액은 3.7% 늘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럭셔리 시계 매출도 매년 15∼20%씩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시계 매출은 지난해 21.4%, 올해 상반기(1∼6월) 22.2% 증가했다.

한국의 독특한 결혼문화인 예물 수요가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데다 애호가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국내 업계는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예물을 시작으로 시계를 2, 3개씩 보유하려는 남성이 늘었다. 중고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재테크로 사고파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스위스#명품시계#세계시장#수출#예물#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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