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주식 818억어치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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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4.64%→4.31%로 줄어
9월 준대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총수없는 대기업’ 겨냥한 메시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50·사진)이 22일 네이버 주식 11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매각했다. 이 창업자가 네이버의 준(準)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은 데 이어 자신의 지분까지 덜어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에선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총수 없는 대기업’을 겨냥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23일 이 창업자의 네이버 보유지분이 4.64%에서 4.31%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 창업자는 22일 장 마감 이후 블록딜로 주당 74만3990원에 11만 주를 매도하면서 약 818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앞서 이 창업자는 21일에도 장 마감 직후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당일 종가인 78만1000원에 2.3%의 할인율을 적용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불발됐다. 당시 준대기업집단 지정 등 민감한 이슈를 앞두고 나온 가격치고는 높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국 이 창업자는 22일 종가인 76만7000원 대비 3% 할인된 가격(74만3990원)으로 다시 매각을 시도해 성사시켰다. 외국인투자가들이 11만 주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창업자가 지분 매각을 통해 네이버의 국내 경영에선 손을 떼고 지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과, 총수로서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한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다음 달 발표하는데, 이때 이 창업자의 총수 지정 여부까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총수 지정은 지분뿐 아니라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지분이 0.33%포인트 줄었다고 해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네이버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 의사가 없다는 점을 알리려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 창업자는 총수로 지정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기존 대기업집단과 달리 순환출자 등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없고 일가족의 지분 참여도 없이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입장이다. 이 창업자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14일 “국내에서 드문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만큼 총수를 개인으로 정할 수 없다”며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해진#네이버#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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