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원룸서 막 내린 ‘커피왕 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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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망고식스’ 대표 자택서 숨진채 발견… 유서 발견 안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그는 전설적인 인물로 통했다. 만 서른에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를 공동 창업하고 카페베네의 전성기를 이끈 그에게 사람들은 ‘커피왕’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적어도 주스전문점 망고식스의 실패를 맛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강훈 KH컴퍼니 대표(49·사진)는 24일 서울 서초구 자택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강 씨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었고 사망 전날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지만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씨는 현재 이혼한 상태로 최근 이사한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혼자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업계에도 큰 충격을 줬다. 커피전문점업계 한 관계자는 “예비 창업자들의 롤모델로 꼽히던 강 씨의 사망 소식에 만감이 교차했다. 성공의 아이콘인 그의 죽음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다.


강 씨는 1992년 스물넷의 나이에 신세계에 입사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의 인생은 1997년 완전히 뒤바뀌었다. 신세계는 당시 미국 스타벅스와 합작해 국내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태스크포스(TF)팀의 일원이었던 그는 미국에서 커피전문점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접했다. 그해 말 외환위기가 닥쳐 브랜드 론칭이 지연되자 그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퇴직금 1500만 원을 토종 커피브랜드 1호인 ‘할리스커피’를 공동 창업하는 데 모두 투자했다. 당시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다. 할리스커피는 국내에 분 아메리카노 열풍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서울 강남역 지하의 46m² 크기 매장으로 시작한 할리스커피는 창업 5년 만에 매장을 50개까지 늘렸다.

할리스커피가 한창 잘나가던 2003년 강 씨는 돌연 회사를 떠났다. “늘 새로운 도전을 갈구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강 씨는 2008년 커피업계에 다시 발을 들였다. 김선권 카페베네 창업자와 손을 맞잡은 것이다. 김선권-강훈 체제의 카페베네는 3년 만에 가맹점 500개, 연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업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다. 강 씨는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단연 스타 최고경영자(CEO)로 대접받았다.

강 씨의 도전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2011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생소했던 주스전문점이 다음 타깃이었다. 업계는 그가 야심 차게 론칭한 ‘망고식스’의 성공 여부에 주목했다. 사업에 관한 그의 철학은 2015년 출간한 저서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에서도 잘 드러난다. 강 씨는 책에서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각오로 사업을 한다”며 “나는 사업에 관한 한 두려움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과감성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창업 당시 강 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내에 점포 300개, 중국에선 3000개를 여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창업 초기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망고식스의 매출은 2015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만 60개 점포가 폐점했다.

자금 압박에 시달리던 강 씨는 올해 초 자신의 특기를 살린 커피전문 서브 브랜드 ‘망고식스 미니’를 만들어 반전을 시도했다.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도 추진했지만 끝내 재기에 실패했다. 올해부턴 직원들에게 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본부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망고식스와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KH컴퍼니는 2015년 10억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강 씨는 결국 14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18일 법원은 재산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강 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24일은 그가 법원 심문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 강 씨의 전 직장 동료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며 성공만을 해온 그에게 잇따른 실패는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강승현 byhuman@donga.com·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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