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엔 잘 나갔는데…” 중장년층 화이트칼라, 단순노무직으로 전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16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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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년에는 잘 나갔던 사람이야.”

머리가 희끗희끗 한 중장년층들이 모인 자리에는 늘 이런 푸념이 나온다. 과거 같으면 허세로만 들렸을 이런 이야기들이 상당부분 진실이 되고 있다. 고학력으로 관리자나 전문직종에 일하던 중장년층 화이트칼라들이 이들의 경력을 활용하지 못한 채 급속히 단순노무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1일 발표한 ‘고학력 베이비부머와 고령층 일자리의 해부’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인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자)와 고령층(1954년 이전 출생자) 세대인 이른바 ‘실버칼라(실버세대+화이트칼라)는 2016년 기준 91만 명으로 집계됐다. 55세 이상 근로자 5명 중 1명 꼴이다. 이중 베이비부머는 7명 중 1명, 고령층은 3명 중 1명 이상이 자신의 과거 경력과 무관한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베이비부머 실버칼라’는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 분야와 교육서비스업, 제조업에서 일할 때 상대적으로 일자리도 많고 질도 좋으며 경력 관련성도 높았다. 반면 숙박·음식점업은 일자리도 적고 질도 나쁘며 경력 관련성도 떨어지는 최악의 일자리로 꼽혔다. ‘고령층 실버칼라‘에게는 도매·소매업, 협회단체·수리·기타개인서비스업 등이 일의 질과 양 측면에서 좋은 일자리로 꼽혔다. 반면 부동산·임대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은 일자리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경력 관련성도 적은 최악의 일자리였다.

실버칼라들의 일자리 질이 나빠지는 것은 직장에서 이들의 고용에 소극적인 탓도 크다. 직장별로 보면 조직 규모가 클수록 55세 이상 중고령층 고용에 소극적이었다. 실버칼라 중 73.6%는 종사자 100명 미만의 중소규모 조직에서 일했다. 60세 이상 실버칼라의 58.8%는 30인 미만의 소규모 조직에서 종사하고 있다.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향후 실버칼라의 일자리를 늘리고 경력을 적극 활용하려면 실버칼라를 독립적인 노동력으로 인정하고, 맞춤형 직종을 설계해야 한다”며 “노인 일자리 정책도 생계형과 경력활용형으로 이분화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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